한국은 모든 국민이 적어도 한 대 이상의 휴대폰을 보유한 나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년 11월 기준 국내 휴대폰 회선 수는 5539만개로 국내 인구수(5184만명)보다 많다. 이처럼 이동전화 서비스는 국민 보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게 발생하고, 특히 고령층 소비자의 애로사항이 들끓는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동통신 업계가 시대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처지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전국 단위 소비자 상담 콜센터(1372소비자상담센터)에서 2021년 12월에 접수한 소비자 상담 건을 공개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관련 상담 건수는 1360건으로 유사투자자문, 헬스장에 이어 3위였다. 2019년 12월과 2020년 12월에 이어 3년 연속 3위다. 정부와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글로벌 이동통신 산업을 선도한다고 자부하는 상황에서 민망한 지표다.
높은 상담 순위보다 문제로 다가왔던 것은 세대별 주요 상담 항목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말미에 작은 글자로 표기돼 있어 넘길 수도 있었지만, 숫자를 보니 지나칠 수 없었다. 70대(5.4%)와 80대 이상(4.7%)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두고 상담한 비중이 전체의 10.1%에 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40대와 50대 소비자는 해당 비중이 각각 1.9%, 2.3%에 불과했다. 20~30대 소비자의 경우 아예 주요 상담 항목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없었다. 고령층 소비자가 젊은 세대보다 정보 접근성이나 습득 면에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발생한 안타까운 사례다.
과거 통계를 더 살펴봤다. 2019년 12월 기준 70~80대 이상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두고 상담한 비중은 12.6%에 달했다. 2020년 12월엔 12.5%였다. 연도별로 수치 차이가 있었지만 지표는 해마다 꾸준히 나타내고 있었다.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고령층 소비자를 위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동통신 업계에선 이를 세심히 살피지 않는 모습이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통 3사 온라인몰을 살펴봤다. 분할 상환, 공시지원금 등 어려운 통신 용어가 즐비했지만 상세 설명은 없었다. 그나마 있는 안내사항은 30대인 기자가 보더라도 모니터로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계약 불이행, 설명 부실 등이 주요 상담 사유로 꼽히는 것을 살폈을 때 문제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프라인 창구마저 무인 매장으로 변해가는 상황은 더욱 우려를 키운다.
이통 업계는 그간 저가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상품을 각각 효도폰, 시니어 전용 요금제라 부르며 판매하기 바빴다. 고령층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이나 변화를 고민하지 않았다. 최근에야 데이터 사용이 늘어난 고령층 모바일 사용 패턴에 맞춰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데이터 속도도 높인 시니어 요금제가 나온 상황이다. 이마저도 이통 3사 대신 알뜰폰 업계가 내놓은 상품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사이 고령층 소비자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통계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6%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고령사회(65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를 앞둔 상황에서 이통 업계는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더 늦어지면 안 된다. 노인을 위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바라는 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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