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분야에서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 논문이나 특허, 기술력과 시장, 서비스 수준을 보면 1·2위인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순위는 의미가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나머지 국가 간 격차가 현격하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그동안 인공지능 국가정책을 수행하며 밝힌 소회다. 류제명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인공지능 기술 도입과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IT조선은 10일 오전 10시 ‘대한민국 인공지능 전망 2022’ 웨비나를 개최했다. 류제명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국내외 인공지능 산업의 현황을 짚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를 가졌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10일 ‘대한민국 인공지능 전망 2022’ 웨비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IT조선 DB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10일 ‘대한민국 인공지능 전망 2022’ 웨비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IT조선 DB
‘인공지능 정책 성과와 추진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류 정책관은 G2인 미국과 중국이 기술패권 경쟁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AI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지능 산업에 대응 중이다. 이미 2020년 1월에 AI 활성화를 위한 국가 AI 이니셔티브 법을 시행했고, 무한 프론티어법이 지난해 6월 미 상원을 통과하며 AI, 양자 컴퓨팅 등에 5년간 1100억달러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2021년 3월 14차 5개년 규획을 통해 인공지능 등 7대 기술을 선정하고, 5년간 R&D 증가율을 7% 이상으로 하는 R&D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류 정책관은 2016년 3월 이세돌 프로와 알파고의 대국에서 충격 이후 2017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됐다며, 2018년 인공지능 R&D 전략을 시작해 2019년 12월 인공지능 국가전략, 2021년 10월 인공지능 지역확산까지 숨가쁜 정책행보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과 2020년 디지털 뉴딜 전략 기점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 정책 수립되고 지원과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진실적과 주요성과를 언급하며 국내 데이터시장이 올해 30조원에서 2025년 43조원, 인공지능 전문기업이 올해 100개에서 2025년 172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2018년 81.6, 2020년 87.8에 그쳤지만,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거쳐 통과한 대규모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는 효과로 선도국 대비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2022년 90으로 성장하고 2025년에는 95로 치솟을 것으로 기대했다.

류 정책관은 신기술·서비스 환경에 부합한 법·제도 정비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해외 VC글로벌 펀드 조성 등 해외 우수 VC의 국내 투자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인재양성 부문은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이면서도 가장 아쉬운 분야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류 정책관은 ▲고급인재 ▲전문인재 ▲실무인재 ▲일반 전 국민 등 수준별 인력양성을 통해 올해까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핵심인재를 5만3000명 배출하고, 2025년에는 13만3000명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에도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해 기업과 대학간 유기적 협력 강화 지원하고 소프트웨어 중심대학과 이노베이션 스퀘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을 지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류 정책관은 의료 제조 등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 활용이 확대되면서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프라이버시 침해 등 인공지능 윤리문제가 문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 등 3대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으로 구성된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2020년 12월에 마련했다. 현재는 관련업계와 실행 기준 마련 중이다. 2월부터 본격 추진 예정이다.

그는 데이터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지만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부족이 인공지능 도입 저해 요인으로 꼽히며, 클라우드 시장 역시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이 민간 서비스 이용 보다는 자체 구축에 보다 집중돼있어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경쟁력이 해외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류 정책관은 "AI 기술 발전이 임계점에 도달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속화되는 디지털 대전환은 AI가 인간을 추월하는 순간으로 얘기하는 ‘싱귤레리티’를 극적으로 앞당기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은 승자독식 양상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대응과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정책관에 따르면 정부는 인공지능의 중요성과 환경변화를 고려해 최근 정책 추진의 큰 방향으로 ‘인공지능 초일류 전략’을 설정하고 구체적 전략을 준비 중이다.

그는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국가로 도약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며 "정부는 ▲데이터▲기술 ▲융합 ▲인재 ▲제도 등에서 새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