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대표 주자인 카카오뱅크가 가상자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하 실명계좌) 개설을 타진 중이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제휴에 성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도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실명계좌 개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금융 규제 강화에 따른 실적 감소에 대응하는 한편, MZ 세대를 겨냥해 신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신사업 확대를, 가상자산 사업자는 이용자 확대 편리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신사업 가능성 중 하나’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실명계좌 제휴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금융가, 케이뱅크 성장세 주목…인터넷은행 접근성 & 고객 확대 시너지 기대

가상자산 업계가 카카오뱅크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업 시너지가 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비대면 채널 강화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등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에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중심의 쉽고 빠른 투자 환경은 이용자 확대를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이는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업무 제휴에서 잘 나타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6월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발급한 이후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케이뱅크 고객수는 717만명으로 전년대비 500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케이뱅크가 업비트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 규모만 무려 172억5500만원에 달했다.

업비트도 케이뱅크 효과를 톡톡히 봤다. 빗썸과 양강을 유지하던 업비트는 케이뱅크 제휴로 고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할 수 있었다.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MZ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킨 결과다.

전문가들은 케이뱅크의 사례가 금융가에 적잖은 자극이 됐을 것으로 판단한다. 금융사업의 경쟁력은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탄탄한 영업기반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고객군 확보가 필수다. 가상자산 거래는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사업분야로 높은 접근성만 보장한다면 투자자를 대거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몇몇 가상자산 사업자들과 실명계좌 제휴와 관련해 몇 차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인터넷 은행과의 제휴를 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 가계대출 옥죄기에 카뱅 신사업 확대 고심…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수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카카오뱅크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가상자산 실명계좌 제휴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신 이자 수익이 전체 매출의 74%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대출이 줄어들 경우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규모가 지난해 3분기 8조1000억원에서 4분기 7조9000억원으로 한 차례 꺾였는데 향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4분기 들어 수익지표 전반의 탄력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의 영향으로 성장제약 또한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성장성 및 수익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지속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사진)는 지난 9일 컨퍼런스콜에서 대출 규제에 따른 성장 제약에 대해 "카카오뱅크의 성장성 기본은 여신 규모가 아니라 고객수와 트래픽"이라며 "카카오뱅크의 고객수와 트래픽은 지난해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측은 "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명계좌 발급 서비스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면서도 "여러가지 신사업 중에 하나로 스터디 차원에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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