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 임직원의 성과급·연봉 인상 요구가 거세다.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 직전 사측과 대화로 풀어나가기로 합의했지만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지난해 성과급 논란을 촉발한 SK하이닉스는 직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이익 분배금 산정 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꿨다.
직원들의 요구는 회사의 성장을 고려한 부분인 만큼 정당한 권리다. 다만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한 보상’이 사회적 동의와 명분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에 의구심이 든다. 성과급 경쟁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실질적 목표였던 쟁의권 확보 후 이들은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내에서는 노조의 이번 요구가 비현실적이고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부문에 역대급 투자를 앞둔 회사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1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성과급 추가 지급을 놓고도 뒷얘기가 무성했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말 기본급의 300%에 올 초 1000%를 추가로 지급한 것이 알려지자, 삼성전자도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기존 200% 성과급에서 300%의 격려금을 추가로 얹어 SK하이닉스보다 좀 더 많은 보상을 해줬다는 후문이다.
성과급 이슈는 예나 지금이나 특정 대기업의 얘기로 치부된다. 대부분 중소기업 직원은 누리지 못하는 혜택이다. 같은 대기업 군이라 해도 회사별 처우 차이가 크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아닌 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성과급 얘기가 나올 때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4대 그룹에 소속이 됐다 하더라도 핵심 계열사나 부서가 아닌 임직원은 풀이 죽은 목소리를 낸다.
취업을 앞둔 20대에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치솟는 성과급이 자기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이슈는 대체로 ‘남의 일’이다. 그만큼 대기업 취업문은 좁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은 2004년 이후 최저치다. 90%에 가까운 89.7% 수준이다. 100명 중 90명은 중소기업에 입사하는데, 10%에 불과한 대기업 취업자 중 성과급 잔치에 동참할 수 있는 이는 극소수다.
일부 대기업은 성과급과 연봉을 경쟁하듯 올리지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박탈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 직장인의 월평균 급여는 259만원으로 대기업(529만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9명이 259만원을 받을 때 1명만 529만원을 받는 셈이다. 대기업 강성노조의 행태에 국민 다수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사가 전보다 나은 성과급과 많은 급여를 제시하더라도 직원들의 보상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공정한 보상을 달라는 일부 대기업 임직원의 잣대는 경쟁기업과 비교가 되는 순간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다.
삼성전자 전체 노조원 수는 5000명으로 전체 임직원 11만명의 4% 수준이다. 나머지 96%의 직원도 동의하는 명확한 성과급·연봉 책정 기준이 필요하다. 사실상 일부에게 주어지는 공정한 보상 요구의 기회를 마치 특권처럼 남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칫 협력사인 중소기업이 이로 인해 파생될 부담을 떠안고, 경쟁력이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 노조가 정당한 권리는 찾되, 명분을 잃는 선택은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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