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게임 접목이라는 전략을 본격화 할 전망이다. 디즈니+ 등 여러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시장 경쟁은 과열되고 성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DB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DB
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넥스트게임즈를 현금 6500만유로(약871억원)에 인수했다. 넥스트게임즈는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와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곳으로 모바일 게임 강자로 꼽힌다.

이번 인수는 지난해 7월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뤄진 가장 큰 규모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게임 개발사인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또 신사업을 위해 인터랙티브 팀을 꾸리는가 하면 페이스북 게임사업부를 담당하던 마이블 베르두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측은 잇따라 게임사를 인수한 이유로 구독자들에게 영상 외에 추가적인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베르두 넷플릭스 게임 부분 부사장은 "넥스트게임즈는 세계 넷플릭스 회원이 즐길 수 있는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치열해진 경쟁에 구독자는 이탈…신규 구독자 기대치도 낮아져

관련 업계는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게임을 통한 콘텐츠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존 콘텐츠 포트폴리와 내러티브(실화나 허구의 사건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구조적 형식) 관계가 있는 게임을 출시하려는 전략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들어 치열해진 OTT 시장 경쟁과 넷플릭스의 성장세 둔화와 관련이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828만명의 가입자를 새로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시장 기대치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 넷플릭스 신규 구독자가 지난해 1분기 398만명에서 크게 줄어든 250만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패럿 어낼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9년 1분기 이 점유율이 64%가 넘었지만, 작년 4분기 45%로 떨어지기도 했다.

디즈니 플러스 등 OTT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출범하면서 시장 경쟁이 과열된 영향이다. 특히 디즈니 플러스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신규 가입자가 1180만명 증가해 총 1억2980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아마존 온라인 쇼핑 회원들을 흡수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넷플릭스 추격에 나선 상태다. HBO 맥스와 애플TV+도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충성 구독자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신규 콘텐츠 없으면 사라질 것"…새로운 시도 늘어나는 OTT 업계

우리나라도 OTT 경쟁이 과열되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는 한편 콘텐츠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토종 OTT인 왓챠는 2월 ‘새로운 종합 구독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며 서비스에 음악과 웹툰을 추가하기로 했다. 원지현 COO는 "앞으로 왓챠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뮤직과 웹툰까지 구독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구독 서비스, 왓챠 2.0으로 진화한다"며 "보고, 듣고, 즐기는 모든 콘텐츠 경험이 왓챠 하나로 가능해지고 이용자가 지금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왓챠에 접속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간 서비스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며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해 소비자를 붙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업계 전반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강소기업 인수합병 사례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