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산업들이 성장하며 마주치는 것은 단속, 규제 같은 정부의 행정 조치, 제한들이다. 단속과 규제는 부정적인 의미로 읽히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기업 활동이나 소비자 권익·국민 보호 등 사회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다만 단속과 규제는 반드시 지자체·경찰청 등 행정 기관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같은 상황에 전혀 다른 규정을 적용하면 타당성에 대한 불만이 터지고, 꾸준한 단속 행위 등이 없다면 규정이 유명무실해지고 혼란을 부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기차와 전동킥보드의 최근 국내 단속·규제는 ‘일관성’과 ‘지속성’을 모두 잡지 못했다.

전기차에 대한 여러 단속 규정 중 주 비판 대상은 ‘전기차 충전 구역 14시간 이상 점거’ 단속이다. 전기·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차가 충전 완료에도 14시간 이상 전기차 충전 구역을 점거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는데 정작 단속은 유명무실하다. 현장 목격 후 신고해도 시·도별로 경고·안내장만 보내는 곳도 있고 지자체별 계도기간 적용도 달라 혼란을 산다.

지자체에서 의지가 있다해도 단속은 여전히 어렵다. 앱 신고에 기반한 과태료 부과 가능 여부도 불분명해 현장 확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14시간 이상 충전 구역을 점거한 현장마다 별도 인력을 할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실질적인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동킥보드 규제도 마찬가지다. 2021년 안전을 근거로 전동킥보드 탑승자의 헬멧 의무 착용이 시행됐지만, 법 시행이후 계도기간과 실적용으로 초기 아주 잠깐 단속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현재는 단속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탑승자의 헬멧 의무 착용 습관은 전혀 형성되지 않아 헬멧 미착용 후 도로를 내달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헬멧 의무 착용 법규의 유명무실화는 단속을 담당하는 교통경찰 등 인력 활용 가능 여부를 따지지 않고 만든 것에 기인한다. 12대 중과실 등의 단속을 수행하는 교통경찰이 전동킥보드 수요까지 감당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행정 기관에서 별도 인력이나 번호판 의무 규정 마련 등 보완책도 준비하지 않아 결국 법만 남고 실단속은 거의 없는 애매한 상태가 됐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라는 말처럼 기술과 산업이 손을 건냈을 때, 관련 행정 기관도 이에 맞춰 손바닥을 내밀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현장 인력으로만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행정력의 헛점을 적극적인 기술 도입과 고도화로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2022년 남은 기간에는 부족한 행정력이 빠르게 보완돼, 전기차·전동킥보드의 유명무실해진 단속과 규정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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