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다.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달 초 스타트업 민간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진행한 ‘스타트업이 묻고, 대선 후보가 답하다’ 정책질의에서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에 대한 견해를 묻자 되돌아온 답이다.

다소 뜬금없는 답변에 업계 관계자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샌드박스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규제와는 거리가 멀다.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정 조건 하에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게 끔 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유예해 주는 내용에 대해, 규제의 폐해를 언급한 윤 당선인의 답변은 본인으로선 원론적인 것이었겠으나, 업계 관계자들에겐 동문서답처럼 들렸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윤 당선인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확산됐다"고 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후보였고, 핀테크 스타트업의 경험이 있던 게 아닌 만큼 내용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치자. 하지만 당선인이 된 이상 사정이 달라졌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어떻게 관리하고 육성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카카오뱅크, 토스가 계속 나올수도 있고, 우량 스타트업도 폐업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따라 샌드박스도 제도개선을 통해 손 볼 시기가 된 건 맞다. 업계 한 대표는 "샌드박스를 받으면 연장이 한 번만 가능한데 이후 시행 서비스에 맞춘 제도가 만들어져야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다"며 "입법이 늦어져 사업을 포기하고 전도유망했던 기업이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어떻게 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샌드박스 시행 3주년을 기념해 ‘규제샌드박스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 따르면. 혁신금융 샌드박스 통과로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두 개에 불과하다. 하나는 토스가 받은 온라인 대출비교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신한은행이 받은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다.

혁신금융으로 인정 받는 것이 이처럼 힘든 이유는 신청방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업계는 두 가지 사례 외에도 허용 범위를 넓혀 다양한 기술 특례를 받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낙선한 이재명 후보도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단 얘기다.

윤 당선인의 앞으로 행보가 혁신금융의 미래를 가를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핀테크 스타트업의 혁신금융을 촉진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나마 인수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후보 시절 벤처 육성 등 스타트업 친화적인 공약을 내놨던 점은 다행이다. 윤 당선인의 디지털 경제 전략이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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