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게임업계가 P2E(Play to Earn)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받아들였다. 산업 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움직임이라는 것은 게임 산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다 느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나 서비스가 게임업계 P2E와 NFT 분야를 이끌어 갈 것인지는 예측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하고, 게임 구조가 약간 바뀌더라도 기존 업계의 개발 및 운영 노하우는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 P2E와 NFT가 뜬다고 하지만, 게임 업계 주도권을 신생 기업이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은 소수 의견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과 패러다임의 변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라고 하면 기존 지배적인 업체가 계속 지배를 할 수 있는 여건에서 새로운 업체가 탄생하는 것이고,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것은 기존 지배적인 업체에 위험 상황이고 새로운 업체에 큰 기회를 얻는 것이다.
필자는 P2E와 NFT가 게임에 도입되는 것이 기술의 발전보다 패러다임 변화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이와 같은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지만, 기술의 발전에 중심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P2E와 NFT 도입의 핵심은 게임 산업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를 뜻한다. 개발자는 게임과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게임 플레이어는 기존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에서 새로운 수익을 가져간다.
미래 게임 생태계 내에서의 수익은 기존처럼 개발사가 일방적으로 가져갈 수 없다. P2E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엑시인피니티를 보면 이해가 쉽다. 게임사는 전체 발행 토큰의 21%만 가질 수 있고, 29%는 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한 스테이킹 보상으로, 20%는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스마트컨트렉트를 통해 가져간다. 게임사가 임의로 21%보다 더 많이 가져가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순간 생태계가 깨질 수 있다. 이 같은 공정한 분산의 가치를 잘 구현해야 게임 생태계가 온전히 발전적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P2E를 지향한다고 선언한 특정 게임업체가 전체 발행 토큰의 반 이상을 독식하고, 사용과 관련한 내용도 스마트컨트렉트에 명시한 후 시스템에 심어 놓지 않는다면, 해당 게임은 P2E 게임으로서 안착하기 어렵다. 물론 P2E 게임이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니라 기술 발전으로 이해하면 이렇게 하는 것 역시 상관이 없지만, 패러다임 변화 측면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과거 모바일 게임이 처음 활성화될 당시를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후 모바일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기술 발전 트렌드로 해석해야 한다. 이동하면서 터치 입력장치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가 출현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면 되는 것이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에는 스마트폰 성능이 낮고 이동통신망의 데이터 전송 용량이 작았다. 간단하고 쉬운 게임을 제공하는 업체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존 PC 게임에서 즐기던 게임의 형태를 모바일화 함으로 게임이 제공될 수 있는 여건이 빠르게 도래했다. 기존 게임업체의 지배력이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그대로 전이됐다. 물론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인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3N(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으로 통하는 기존 게임업체 강자의 힘은 상당했다.
유사한 예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 이전에 나온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패러다임 변화라기 보다 기술 발달로 해석할 수 있다. 벤츠나 포드 등 엔진 기술력을 보유한 기존 자동차 시장의 지배적인 사업자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기차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확 바뀌었다. 그 결과 새로운 업체인 테슬라가 업계를 선도했다.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신선한 업체가 소비자의 관심을 단번에 가져갈 기회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폰 역시 패러다임 변화의 예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은 통화를 지원하는 스마트기기다. 통화가 핵심 기능이 아니라는 점 자체가 기존 전화기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과거 휴대폰 시장의 수익은 제조사나 이동통신사가 거의 다 가져갔지만, 스마트폰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후 앱스토어를 운영하거나 앱을 제작하는 업체가 더 큰 수익을 가져가게 됐다. 구글과 애플이 글로벌 공룡이 된 것은 앱 생태계 플랫폼을 확실히 꿰찬 덕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의 게임 산업계 역시 패러다임 변화의 초입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폰 출시 초기,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통화도 잘되지 않는 핸드폰의 인기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P2E와 NFT를 결합한 게임을 내놓는 제작사가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미래 신흥 강자로 성장할 수 없다.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창의적으로 새로운 재미를 만들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메타버스 경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이 바로 미래 게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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