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적용한 자발광(自發光) TV를 내놨다. 2013년 수율 문제로 사업을 포기한지 9년 만에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QD디스플레이(QD-OLED) 패널을 탑재했다.

그런데 패널을 납품한 삼성디스플레이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TV 시장 1위 고객사가 패널을 공급받은 후 제품을 내놓았지만, 면면을 들여다 보면 서운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QD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 최초로 출시한 OLED 기반 대형 디스플레이다. 상용화된 디스플레이 중 가장 넓은 색 영역을 지원하고,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색을 가장 풍부하고 세밀하게 표현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 스스로 고품질을 자평할 만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제품 라인업 구성을 보면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QD-OLED TV를 LCD 기반 미니LED TV인 ‘네오 QLED’보다 하위 라인업에 배치했다. 현존 최고 기술로 평가 받는 제품 가치가 일부 폄하된 모습이다.

삼성전자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QD-OLED TV ‘S95B’ 제품 가격은 65인치가 2999.99달러(364만원), 55인치 2199.99달러(267만원)다. 3000~4000달러대에 책정될 것이란 당초 관측과 달리 같은 4K 해상도의 네오 QLED 신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QD-OLED TV를 네오 QLED보다 하위 라인업에 두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QD-OLED TV 가격 설정을 위해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통큰 양보를 요구했고 딜이 성사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작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QD-OLED 패널의 자존감을 높여준 곳은 또다른 고객사인 일본 기업 소니다. 소니는 삼성전자(60만대) 대비 절반 수준인 30만대쯤의 QD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 받지만, 차세대 패널에 대한 예우 만큼은 확실히 했다. 소니는 상반기 출시 예정인 QD-OLED TV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 받으며, 이를 기반으로 만드는 TV는 현재 판매 중인 화이트OLED(WOLED) TV보다 상위 라인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TV 라인업 설정 전략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대형’과 ‘8K’를 TV 시장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네오 QLED TV 중심의 라인업을 꾸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갑자기 QD-OLED TV를 끼워넣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기존 TV 라인업 판매 전략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제품이다. 현재 기술로는 최대 65인치,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만 나오지만, 앞으로 8K 기반 대형 제품으로 얼마든지 출시될 수 있다.

다만 QD-OLED TV 시장은 초기인 만큼, 제품 포지션을 어디에 둘 지 판단하기 어렵기는 하다. 삼성전자가 산술적으로 계산한 QD-OLED TV 연간 최대 판매량은 QLED를 포함한 프리미엄 TV 총 출하량(1200만대)의 5%인 60만대에 불과하다. 네오 QLED-TV 판매 전략을 무시한채 새로운 라인업을 상위에 배치하기 부담스러운 처지다.

TV 라인업과 관련한 엉킨 실타래는 언젠가는 풀어야 한다. 한차원 높은 기술의 제품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앞으로 라인업 재배치에 들어갈 때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제조사가 만든 라인업을 검토한 후 최종 소비를 결정하는데, 오늘 고가 라인업이던 제품이 갑자기 중간 가격대 제품군으로 추락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다. 기왕 QD-OLED TV의 포지션을 지금 설정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된 위치에 둬야 한다. 네오 QLED TV보다 밑에 두는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결코 좋은 판단은 아닐 것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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