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커피수입액에는 커피생콩, 로스팅이 된 커피 원두, 커피믹스나 캡슐커피 등 커피가공품을 모두 포함하여 계산된 것이라고 한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커피 수입량은 17만 6천 톤을 기록하여 2019년 대비 5.36% 증가하였고 2021년 커피 수입량은 18만 9천 톤으로 2020년 대비 7.27% 증가하였다. 20년 전인 2001년에 비하면 약 12.7배나 증가한 수량이다.

커피 수입량·수입액 추이 (출처:관세청·한국은행)
커피 수입량·수입액 추이 (출처:관세청·한국은행)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ICO)는 2020/21 세계 커피소비량이 9,980,760톤으로 지난 4년간 평균 연 1%씩 성장하였으나 한국은 2020/21 150,780톤의 커피를 소비하여 세계 평균의 2배에 해당하는 연 2%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ICO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91kg으로서, 노르웨이(10kg), 스위스(7.44kg), 캐나다(6.37kg), 미국(4.89kg), 호주(4.61kg), 유럽연합(4.57kg), 일본(3.5kg)에 이어 세계 8위의 커피 소비국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커피소비랑은 커피 한 잔에 8g의 커피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1인당 연간 363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ICO의 자료에서 한국의 커피소비량이 얼마나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통계청은 근래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경험이 있는 것이 커피 수입 증가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즉, 커피를 많이, 직접 내려 마시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증대되었고, 커피를 즐기는 시간 또한 많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커피 수입량과 1인당 소비량의 증가와 관련하여 언론은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단순 기호식품을 넘어 문화의 한 부분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커피를 그냥 마시기보다는 커피에서 맛과 향미를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요인이 뭔지를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그 요인을 최대한 발현시켜 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알게 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커피생콩(이하 ‘그린커피’)은 생산되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기게 된다. 커피 등급은 산지와 나라에 따라 평가하는 사항과 기준이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색깔, 크기, 결점두 수, 그린커피의 두께, 센터컷의 선명함, 실버스킨 제거 정도 등 외관을 먼저 살피고 산지의 기후와 재배고도, 토양 등의 재배환경도 따진다. 또한 물리적인 수분함량을 측정하고 저장과 유통 상황을 검토한 후 최종으로 향과 맛을 보고 향기(Aroma), 산미(Acidity), 단맛(Sweetness), 바디(Body), 후미(Aftertaste) 등을 상세히 살펴 점수를 매기고 등급을 나누게 된다. 평가 점수가 80점 이상이면 좋은 품질의 커피로 분류되어 스페셜티 커피 등급을 받는다.

그린커피의 품질을 평가할 때에는 특히 그린커피가 보유한 다양한 향미 외에 상큼하고 청량함을 나타내는 ‘산미(Acidity)’와 풍부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나타내는 ‘바디(Body)’를 중요하게 살핀다. ‘산미’와 ‘바디’의 함량 정도에 따라 커피가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여 잘 자랐는지, 적절한 시기에 수확되었는지 등의 그린커피의 숙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산미와 바디는 그린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커피 본연의 특성이다. 산미는 상큼하고 청량함(Acidity)를 표현하는 것으로 잘 익은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가벼운 신맛으로 감칠맛을 돌게 한다. 바디(body)는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하며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입속의 촉감(mouthfeel)을 말하는데, 잘 익은 그린커피일수록 구수하고 풍부하며 부드러운 촉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반면, 덜 익은 그린커피는 거칠고 설익은 떫은맛이 나며 가벼운 촉감이 난다. 충실하게 영양섭취를 하며 잘 자란 커피일수록 바디가 좋은 그린커피로 평가받는다.

커피는 환경적인 요인, 즉, 토양, 강수량, 일조량, 바람, 고도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란다. 그중 청량감과 무게감을 나타내는 산미와 바디는 재배 고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즉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 커피일수록 밤낮의 큰 일교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낮에 집중적으로 광합성작용을 하여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한다. 또한 생장속도가 더뎌 낮은 고도에서 자란 그린커피보다 밀도가 훨씬 높다. 그리하여 높은 고도에서 자란 커피는 깔끔하고 상큼한 신맛과 함께 풍부한 바디를 지니게 된다.

커피의 바디는 입안의 촉감(Mouthfeel)에서 비롯된다.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 느끼는 입속의 촉감을 말한다. 물질의 밀도, 점도, 표면장력 등 물리적 특성과 화학적 특성을 느낌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즉, 쉽게 말하여 바디는 단단하다, 부드럽다, 기름지다, 즙이 많다 등의 느낌을 나타낸 것이다.

커피에 있어서 입안의 촉감은 커피를 추출하고 난 뒤 음료 안에 들어있는 지방이 포함된 액상물질, 용해된 고형물질 및 용해되지 않는 침전물 모두에서 느껴진다. 커피에 들어 있는 지방(오일)은 음료 속의 표면장력을 줄여서 매끄럽고 크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 오일은 풍미를 내는 화합물을 운반하는 운반체가 되어 커피의 풍미를 보다 잘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지방은 산패의 근원이 되어 커피의 풍미를 쉽고 빠르게 변화시키기도 하므로 커피를 잘 보관하고 관리해야 한다.

커피의 고형물질은 그린커피의 섬유질을 볶고 분쇄하여 추출하면서 커피의 조직세포들이 떨어져 음료 속에 18~22% 정도 녹아들어 가 용해된 것을 말한다. 용해되지 않는 고형물질은 불용성 침전물로써 찌꺼기로 남는다. 보통 커피음료 속에는 떨어져 들어가 용해된 고형물질과 오일이 서로 결합하여 추출 콜로이드(Brew Colloids)를 만든다. 추출 콜로이드는 마치 먼지와 수증기가 대기 중에 결합하여 구름을 형성하는 것처럼 음료의 질감을 북돋워주어 커피의 풍미를 상승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커피를 침지방식으로 추출하면 컵 안에 추출 콜로이드 양이 증가되어 입안에 풍성하게 느껴지는 바디가 증가한다. 그러나 커피를 종이필터에 넣어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추출하면 추출 콜로이드가 대부분 필터에 의해 걸러져서 바디가 가볍게 느껴진다.

커피의 바디는 지방 함유 정도와 고형물 함량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하여 맛을 표현한다. 지방 함유 정도에 따라서는 물같다(watery), 부드럽다(smooth), 크림같다(creamy), 버터같다(buttery)로 표현하고 고형물 함량에 따라서는 묽다(thin), 연하다(light), 무겁다(heavy), 진하다(thick)로 말한다. 바디는 다양한 로스팅 프로파일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느껴지지만, 단순히 로스팅 정도보다 추출수율(사용하는 커피가루에서 뽑아져 나오는 커피성분의 양의 비율)과 마시는 농도에 의해서 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약볶음 커피는 보통 신맛이 더 두드러지게 추출되기에 마일드하게 희석하여 부드럽게 즐기는 편이다. 이에. 커피의 농도가 묽어지니 바디가 약하다고 느끼기 쉬우나 추출수율이 18~22% 를 나타내면 부드러우면서 풍부한 바디를 느낄 수 있다.

강볶음 커피는 약볶음 커피에 비해 바디가 더 강하다고 느끼기 쉬운데, 강볶음 커피일수록 가지고 있는 강산성 성분이 쉽게 뽑아져 나오므로 마실 때 강한 자극으로 인해 바디를 더 강하게 느껴지게 한다. 또한 강볶음 커피에는 오일 성분도 많이 생성되므로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는지에 따라 감각적으로 바디를 더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된 강볶음 커피액에는 오일이 함유된 크레마가 추출되므로 바디를 강하게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종이필터를 이용한 핸드드립으로 추출하는 경우에는 똑같은 강볶음 원두라고 하더라도 오일이 필터에 의해 걸러지므로 바디를 약하게 느낄 수가 있다.

커피의 바디와 농도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바디는 커피에 함유된 수용성 고형물질과 오일의 양과 그 강도에 의해 느껴지는 입속의 감촉을 나타내는 것이다. 반면 농도는 추출한 수용성 물질이 한 잔의 물속에 들어있는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바디와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감각적으로 농도가 진하면 바디가 강한 것으로 느낀다. 즉, 강볶음 커피일수록 오일이 포함된 다크한 향미가 진하게 느껴지므로 바디가 강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린커피를 로스팅 할 때와 로스팅 된 원두로 커피를 추출할 때에는 위와 같은 커피의 특성을 특별히 감안해야 한다. 그리하여 로스팅 할 때에는 그린커피의 특성에 맞춰 프로파일을 정하여 볶아야 하고 그에 따라 추출 설계를 계획해야 한다. 커피를 제대로 추출하기 위해서는 분쇄도, 물의 온도, 물의 양, 물과 만나는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먼저, 밝은 산미와 풍부한 바디가 함유된 고급 커피의 경우에는 상큼한 산미와 바디를 최대한 구현될 수 있도록 강하게 로스팅 하기보다는 약볶음이나 중약볶음으로 로스팅 해야 한다. 이렇게 로스팅 된 원두를 추출할 때에는 고온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약볶음 커피는 원두 밀도가 비교적 단단한 편이므로 커피의 성분을 충분히 끄집어 내기 위해서는 온도를 높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출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가능한 한 적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밝은 산미는 물을 붓자마자 가장 먼저 추출되기 때문에 적은 양의 물로도 충분히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만일 이러한 원두를 많은 양의 물로 추출하였다면 틀림없이 과다추출 되어 강한 신맛을 내게 된다.

또한 바디는 농도에 의해서 강하거나 약하게 느껴지거나, 풍성하거나 가볍게 느껴질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물의 양을 많이 사용하여 과다추출하였다면 농도가 엷어지므로 바디는 당연히 약하게 느껴지게 된다. 적정하게 추출하면 농도는 강할 것이므로 당연히 강한 바디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분쇄도는 커피가루가 물과 만나는 시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다. 풍부한 바디를 느낄 수 있도록 추출하기 위해서는 굵은 분쇄를 하여 물과 만나는 시간을 상대적으로 길게 하여야 한다. 특히 분쇄도는 물과 만나는 시간 외에도 추출방법과 사용하는 추출도구와도 연관되므로 그 상관관계도 잘 따져봐야 한다. 커피 한 잔에는 다양한 향미뿐 아니라 이를 풍성하게 느끼게 해주는 바디가 있다. 바디는 입속에 들어오는 커피가 풍성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지를 느끼고 입 전체에 부드럽게 퍼지며 부드럽게 목넘김이 이루어지는지를 느끼게 해주므로, 풍부한 바디(Full body)는 커피 향미의 여운을 오래 기억하게 만들고 맛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 이러한 커피 바디는 감각적으로 커피의 품질을 결정짓게 하는 기준이 되므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커피를 즐길 때 입에 들어오는 촉감, 즉 바디를 최대한 느끼면서 마셔보자. 이 감각이 생성되면 고급커피와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맛있는 향미의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