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폐기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정위에 별도의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지 말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빅테크 기업의 갑질문제 견제를 위해 공정위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모든 것이 시작도 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인수위를 향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안은채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인식을 남겼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영혼없는 공정위'라는 비판까지 흘러나온 이유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은 ‘수혜'를 입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가 숙원하던 법안이 무산되자 규제 한파에서 벗어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가 적잖은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논리다. 주가에 부담을 줬던 요소를 털어내게 됐을 뿐 아니라 온플법에서 요구했던 ‘계약서 작성'이나 ‘알고리즘 일부 공개' 등 추가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 플랫폼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까? 아직 예측하기엔 이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온플법이 백지화됐다고 플랫폼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틀렸다고 판단된다.

인수위가 새로운 플랫폼 규제안을 만들지 말라고만 주문했을 뿐 기존의 법으로 좀 더 면밀히 바라볼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수위는 존재하는 공정거래법을 좀 더 ‘엄정하게’ 적용해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견제할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인수위 결정에 힘을 보탠다. 현재의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그리고 심사지침만으로도 플랫폼 기업의 문제는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미국, 유럽과 달리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는 인수위의 주문대로 기존의 법으로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 예가 현재 공정위가 네이버, 카카오 등을 대상으로 무형자산 내부거래 자료 수집에 나섰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을 두고 사전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을 엄정하게 적용해 플랫폼 기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즉, 온플법이 무산됐다고는 하지만 플랫폼 규제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셈이다.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견제하는 것은 세계 경쟁당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주요 과제이며 우리나라 공정위도 예외는 아니다.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독과점 본능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입점사업자를 향해 ‘갑질'뿐 아니라 자기사업을 우대하면서 독점력을 강화하고 시장의 건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온플법은 사라지지만 그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의 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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