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규모 커피 전문점에서도 디카페인 커피(decaffeinated coffee)를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이 증가하였다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의 디카페인 커피 버즈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2014년 디카페인 버즈량은 19,006에 불과하였으나 2021년에는 10배나 증가한 169,360을 기록하였다.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도 2014년에 642.6톤에서 2021년에는 3,154.5톤으로 약 5배나 증가하였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2020년 스타벅스에서 판매된 음료 중 5번째로 많이 팔렸다고 한다.

2014년~2021년 사이의 국내 디카페인 커피 버즈량과 수입 현황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서 제공한 자료를 월간커피에서 정리)
2014년~2021년 사이의 국내 디카페인 커피 버즈량과 수입 현황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서 제공한 자료를 월간커피에서 정리)
디카페인 커피는 예전부터 슈퍼나 마트에서 커피믹스와 같이 인스턴트커피 완제품으로 많이 판매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스타벅스와 같은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주로 취급되고 있고 그 이외의 소규모 커피전문점에서는 디카페인 커피를 그다지 많이 취급하지 않는 실정이다. 사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디카페인 커피생콩의 종류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현재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예르가체프 4종의 디카페인 커피생콩만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가격도 일반 생콩에 비하여 월등히 비싸다. 우리나라 전체 커피 수입량에서 디카페인 커피는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수입되고 있다. 즉, 2021년 우리나라의 전체 커피 수입량은 약 189,500톤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디카페인 커피는 약 1.6%에 불과한 3,100여톤 밖에 안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커피 전문점이 디카페인 커피를 이용하여 음료를 개발하여 판매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카페인은 1819년 독일의 화학자 룽게(Friedrich Ferdinand Runge)가 커피의 활성성분을 분리해 내면서 발견하였다. 룽게는 그 성분을 커피의 활성성분이라는 의미로 "Kaffein"으로 명명하였다. 커피를 마시면 일시적으로 잠이 깨고 기분이 고조되며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모두 커피에 포함되어 있는 카페인(caffeine)의 효과이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저녁 무렵 혹은 심지어 오후에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카페인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커피에서 카페인 성분만을 제거한 커피가 바로 디카페인 커피인 것이다. 커피 고유의 향과 맛은 유지하되 카페인 성분만을 제거한 것이다.

흔히 디카페인 커피라고 하면 카페인이 100% 완벽하게 제거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디카페인 커피의 기준은 각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제 기준은 97% 이상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말한다. 국제적으로는 카페인 성분이 1-2% 정도 남아 있더라도 카페인이 없는 커피로 분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0% 이상 카페인을 제거하면 디카페인 커피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디카페인 커피 한 잔 속에는 10 mg을 넘지 않는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커피생콩에서 카페인 성분만을 제거하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룽게가 처음으로 커피에서 카페인만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지만, 상업적으로는 1903년 독일의 HAG사의 설립자인 로셀리우스(Ludwig Roselius)가 개발하여 1906년 특허 취득한 기술을 통해 일반화되었다. 커피생콩에 수증기를 쬐어 콩의 표면적을 부풀려 넓힌 후 카페인 용해가 잘 되는 유기용매를 접촉시키는 공법이었다. 하지만 이 공법은 안전성과 환경적인 영향, 맛과 비용에 대한 문제가 있어 그 이후 카페인 제거를 위해 물을 이용하는 방법, 유기용매(organic solvents)를 이용하는 방법, 초임계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추출법 등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물을 이용한 카페인 제거 공법은 1930년 스위스에서 개발되었다. 커피생콩을 뜨거운 물에 담가 카페인과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우려낸 후 활성탄소를 통과시켜 카페인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성분은 다시 커피생콩에 흡수시킨 후 건조하는 방식이다. 안전성이 높고 커피가 상대적으로 열에 의한 손상을 적게 받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카페인 외의 다른 수용성 성분들이 카페인과 함께 상실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에틸아세테이트나 메틸렌클로라이드의 유기용매를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법은 커피생콩에 압력을 준 상태에서 증기를 쐬어 표면적을 부풀린 후 끓는 점에 가까운 용매를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커피에 용매의 잔류 성분이 미세하게 남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용매는 로스팅 과정에서 증발하기 때문에 에틸아세테이트나 메틸렌클로라이드 용매가 건강에 해를 끼칠 확률은 사실상 없다. 디카페인 커피 제조 시 남는 에틸아세테이트나 메틸렌클로라이드의 잔존량은 1985년 미국 FDA의 엄격한 조사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디카페인 커피에 잔류하는 에틸아세테이트의 양은 자연상태에서의 과일에 함유되어 있는 것보다도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에는 친환경 카페인 추출용매로 이산화탄소를 주로 사용한다. 초임계 상태(supercritical state)의 이산화탄소 용매로 카페인을 제거하고 난 뒤, 커피생콩에 남아있는 이산화탄소는 로스팅 과정에서나 혹은 실온에서 기체로 증발되어 사라진다. 이 방법은 독성이 거의 없고 추출되는 커피 성분과 분해반응도 쉽게 일어나지 않아 유기용매 추출법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카페인 제거 공정을 위한 시설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이는 이렇게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의 향과 맛이 일반 커피에 비해 약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추출 색상이 더 묽어졌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민감한 사람은 디카페인 커피의 맛이 일반 커피에 비해 더 쓰게 느껴진다고도 한다.

근래 커피 시장이 스페셜티커피 시장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정도 다양해지면서 고품질의 디카페인 생콩 시장이 열리고 있는 듯하다.

‘월간커피’가 2021년에서 2022년 2월까지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감성적인 면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부정적인 반응에 비해 훨씬 많았다. "맛있다. 고소하다. 다양하다" 등의 긍정적인 키워드를 내세우는 반응이 62.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맛없다. 쓰다" 등의 부정적인 키워드를 내세우는 반응은 19%로 나타났고, 무반응은 18%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커피음료 시장에서는 스타벅스커피와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디카페인 커피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일리와 네스프레소 같은 캡슐커피도 디카페인 상품을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메가커피", "더 리더"와 같은 저가 커피점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소규모 커피 전문점에서까지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가 일반 커피에 비해 맛과 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커피 애호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앞으로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페셜티커피를 생산하는 산지에서 카페인을 제거한 스페셜티커피 디카페인 커피생콩을 출시하고 있다. 머지않아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진 여러 종류의 디카페인 커피생콩이 유통될 것이며 이에 따라 새로운 디카페인 음료 메뉴도 여러 가지로 개발되어 출시될 것이다. 건강을 위하여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커피애호가들이 음료 선택 폭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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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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