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카카오는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다. 뮤직과 스토리 사업 영역을 제외한 전 사업부문이 지난해 4분기 실적보다 뒷걸음친 영향이다. 카카오톡 대화창 상단에 위치한 ‘광고판'인 비즈보드에서 발생하는 광고매출, 카카오 선물하기로 발생하는 ‘커머스’ 영역 매출 등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뒷걸음칠쳤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 ‘체질개선’을 대안으로 내놨다. 핵심은 카카오톡을 ‘비(非)지인'끼리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었다. 대다수 이용자가 지인 간 대화를 목적으로 앱을 열고,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 앱 밖으로 빠져나간다. 때문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 외 다양한 서비스가 충분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톡을 ‘비지인 간 교류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매출이 더 발생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 이유다.

카카오는 이를 ‘체질개선'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 ‘카카오톡 체질개선'이란 단어는 카카오톡이 ‘무거워진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카카오톡이 제시한 ‘체질개선'은 결국 카카오톡 곳곳에 더 많은 광고판이 설치되고, 다양한 유료 기능이 적극 접목된다는 뜻이다.

남궁 대표도 이같은 방향의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이용자가 그날의 감정을 프로필에 공유하면, 지인이 곧바로 그의 상태와 취향을 고려한 선물을 보내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나 오픈채팅을 (방장이) 유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연결될 수 있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는 카카오의 2022년 출발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이유다. 시장과 사회가 기대했던 새로운 글로벌 성장동력은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카카오톡 업그레이드만을 주로 내세우는 데 그쳤다.

"카카오톡이 체질개선을 통해 관심사 기반 서비스로 발전하면 글로벌 진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남궁 대표의 말도 납득하기 어렵다. 해외에는 이미 빅테크 기반으로 관심사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다양한 SNS와 교류 공간이 존재한다. 단지 카카오톡이 관심사 기반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만으로, 한글을 사용하지 않는 글로벌 이용자들을 훨씬 더 확보할 수 있게 될 지 미지수다.

남궁 대표가 언급해온 ‘메타버스' 사업 방향도 여전히 두리뭉실하다. 그는 올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메타버스 프로젝트 관련 진행 현황을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규모가 커서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며 "정리가 더 잘된 상태에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메타버스와 관련된 설명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 변화가 아니다"라고 설명하더니 "카카오톡 메타버스 비전을 담기에 유리한 형태가 ‘오픈채팅'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핵심은 참여자가 콘텐츠를 만들어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등 설명을 덧붙이는 데 그쳤다.

물론 블록체인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도 카카오의 새 성장동력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의 클레이튼 블록체인에 대한 업계 우려도 적지 않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클레이튼은 네트워크 안정성이나 속도 문제 등 많은 기술 개선이 필요해 글로벌화를 목표할 수 있는 상황일지는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클레이튼의 기술 안정성이 문제로 꼽혀 해외 이용자 확장까지 꿈꾸기에는 어불성설이란 뜻이다. 웹툰은 중요한 사업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화를 이루기까지에는 지속적으로 출혈해야 할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코로나 시기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성장한 카카오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높아졌는데,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대안이 있을지 모르겠다."

카카오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물론 내부에서는 다양한 신사업 고민과 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카카오톡 업그레이드라는 대안 제시만으론 아쉽다. 한국 최고 IT기업으로서 시장에 더욱 설득력있는 정교한 비전을 공개해줬으면 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