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받는 머지포인트가 최근 LG전자 가전 판매를 시작했다가 돌연 중단해 공분을 산다.

머지포인트는 일정 금액의 쿠폰을 구입한 소비자가 앱에 입점한 기업의 제품이나 식품, 서비스 등을 싸게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다.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는 앱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인 ‘머지 유니버스’에 세계 1위 가전 기업인 LG전자가 입점했다고 5월 26일 공지했다. 공지에서 ‘LG전자 보러가기’ 배너를 누르면 LG전자 직배송 정품 판매점이라는 브랜드 소개 글이 나온다.

머지포인트는 최근 LG전자가 공식 계약을 맺고 신규 입점을 한 것처럼 마케팅을 펼쳤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머지포인트가 LG전자 제품 판매에 나서자 LG전자 브랜드 이미지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머지포인트앱 내 LG전자 입점 공지 /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앱 내 LG전자 입점 공지 /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 앱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은 ‘LG 룸앤 TV(모델명 27TN600S)’다. 머지플러스는 6월 3일까지 이 제품을 33만9000원에 판매하기로 했지만, 2일 공지를 통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IT조선 취재 결과 머지플러스의 룸앤 TV 판매를 전담하는 ‘매치메이커스’는 LG전자의 직영 대리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 제품을 대량 구매해 재판매하는 개인사업자일 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LG전자 본사 직영 입점’, ‘LG전자 직배송 정품 판매점’이라는 문구 때문에 실제 LG전자 직영 대리점이 머지포인트에 입점한 후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혼동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자 번호를 확인해보면 매치메이커스는 LG전자의 공식 거래선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LG전자가 입점했다거나 직배송 판매점이라는 문구는 잘못된 표현이며, 수정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머지플러스가 판매한 룸앤 TV는 신제품이 아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머지플러스에서 판매한 27TN600S 모델은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신제품(27TQ600SW)이 아닌 3~4년 전 나온 구형이다"라며 "신제품이 나온 시점에 구형을 이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LG 룸앤TV를 판매했던 머지포인트앱 모습 / 머지포인트
LG 룸앤TV를 판매했던 머지포인트앱 모습 /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는 이미 환불 대란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여기에 LG전자 TV제품이 판매용으로 올라온 만큼, 잘못했다간 LG전자가 그동안 다져온 브랜드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머지포인트는 최근 머지 유니버스 입점 제품을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 입점 제품을 인터넷 쇼핑몰 시중가와 비교하면 최대 5~6배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의 잔여 포인트를 차감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 구제 노력과 정상화 책임은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LG 룸앤TV에 이어 다른 제품군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던 머지포인트 / 머지포인트
LG 룸앤TV에 이어 다른 제품군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던 머지포인트 / 머지포인트
당초 머지플러스는 룸앤 TV에 이어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LG전자 가전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LG전자의 공식 항의로 브랜드 운영을 급히 중단하는 촌극을 보였다.

머지포인트 측은 "사전에 준비된 물량 소진으로 LG전자 브랜드 운영을 중단한다"며 "기존 구매 후 사용하지 않은 LG전자 브랜드의 상품권은 환불 처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