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모델 OS 업데이트에 인색한 삼성전자 방침에 소비자들 ‘뿔’났다
같은 ‘타이젠 6.5’ OS 써도 M7 모니터는 XBOX 게임 미지원

삼성전자가 30일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를 자사 게이밍 허브를 통해 제공한다. 하지만 TV 업계 최초 타이틀을 붙인 이 서비스는 삼성전자 고객 대부분의 외면을 받게 됐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의 인기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삼성전자 스스로 서비스 지원 모델을 2022년형으로 제한했고, 결과적으로 소수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로 남는 것을 택했기 때문이다.

게이밍 허브는 삼성 스마트TV에서 새롭게 제공되는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연동 서비스다. 여러 게임 앱뿐 아니라 최근에 실행한 게임, 인기 게임, 추천 게임 등을 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엑스박스 콘솔 기기가 없어도 게이밍 허브를 통해 '포르자 호라이즌5', '헤일로 인피니트' 등 100개에 달하는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타이젠 6.5 OS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스마트 TV와 모니터에서 지원 가능하다. 같은 ‘M7’ 모니터라도 올해 생산 제품은 타이젠 6.5 OS를 탑재하고 있는 반면 지난해 생산된 M7은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한다.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스마트 TV의 게이밍 허브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스마트 TV의 게이밍 허브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 삼성전자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 경험을 올해 생산된 TV·모니터에서만 제공하는 삼성전자의 선택이 근시안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불과 6개월 전 삼성전자 TV·모니터를 구입한 고객 입장에서는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셈이다. 구형 TV·모니터의 OS 업데이트가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고려 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구형 TV·모니터의 OS 업데이트 계획이 애초에 없었고, 신제품 판매 독려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2022년형에만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MS와 윈윈하고, 신형 TV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라며 "올해 TV를 구매할 계획인 고객이 큰 화면, 8K 화질뿐 아니라 게이밍 허브 기능 포함 여부도 고민의 한 요소로 자리 잡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형 모델의 OS 업데이트 계획과 엑스박스 게임 패스 지원 여부는 검토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3월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에서 오프닝 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3월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에서 오프닝 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엑스박스 정보 카페 등 커뮤니티 반응은 차갑다. 일부 누리꾼은 ‘스마트 TV도 1년이 지나면 스마트하지 않게 되는 건가’, ‘전용 앱 개발은 웹브라우징보다 더 나은 편의성과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것인데, 왜 구형 모델 소비자는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삼성전자의 해명이 필요하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3월 30일(현지시각)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에서 "이제 보는(Watch) 제품에서 즐기는(Do) 제품으로 개념이 바뀔 것이다"라며 "게임 콘솔·가상의 놀이 공간·업무효율을 높여주는 파트너·가정 내 기기들을 제어해주는 허브 등으로 진화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 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며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사업 비전과 2022년형 TV를 공개했다.

하지만 삼성이 과거 TV를 구매한 고객을 서비스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한 부회장의 비전이 사용자 경험 시대를 2022년 소비자부터 지엽적으로 열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모니터에서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하는 수요도 일부 있겠지만, 지난해까지 제품을 구매한 삼성전자 고객 대부분은 누리지 못하는 서비스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마케팅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