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한국노총, 천안은 민주노총
주 64시간 노동 강도에 격분

삼성SDI 천안공장 임직원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동조합을 설립한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에 소속된 삼성SDI 울산노조에 이은 두 번째 노조 출범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24일 오전 11시 삼성SDI 천안공장 정문에서 삼성SDI지회 설립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삼성SDI 천안사업장 전경 / 조선일보DB
삼성SDI 천안사업장 전경 / 조선일보DB
노조 측은 "삼성SDI 사측은 노사협의회와 단순히 협의만 할 뿐 노사협의회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해 왔다"며 "천안공장 노동자들은 삼성SDI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고 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소속된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SDI 천안노조는 노동강도와 임금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는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서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일감이 늘어나면 노동자도 증가해야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가 그에 맞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생산 모든 공정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연장·야간근로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주 64시간 노동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납기 내에 납품하기 위해 더욱 업무의 고삐를 죈다고 하지만, 생산 라인과 연구·개발을 하는 사무실 등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숨 막히는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과 번아웃 및 각종 질병을 토로하고 있다"며 "아무리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주 64시간 노동의 일상화는 살인적인 노동강도다"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삼성SDI에서 연장·야간 노동이 만연한 이유로 회사가 고과권자의 성과평가라는 통제장치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이를 강요하고 있어서라고 꼬집었다. 정해져 있는 근무시간 이후 휴식을 위해 퇴근하고 싶어도 고과권자의 연장·야간 노동 요구를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 처지라는 호소다.

2월 최윤호 삼성SDI 대표(사장)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미래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발언했다. 4월에도 최 사장은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소통은 1등 기업 위한 변화의 출발이며 가치 창출의 시작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당일에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소통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최윤호 사장과 소통을 요구하며 노동강도와 고과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는 삼성SDI지회 설립과 함께 최윤호 대표에게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며 "최윤호 대표가 진정으로 ‘ESG 경영’을 하고자 한다면, 노동조합과 만나 ‘소통’을 하고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고과제도 문제부터 바꾸자"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