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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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01 06:00
인기 OTT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돈룩업’은 주제보다 ‘인공지능’의 무서울 만큼 정확한 예측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AI는 한 인간의 성향 분석은 물론, 그가 언제 어떻게 사망할 것인지 기술한다. 개인 데이터를 AI의 판단에 모두 제공하며 발생한 일이다. 영화 속 AI는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99.999%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인간의 미래는 자유 의지를 통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돈룩업 속 세상은 인간의 숭고한 가치 자체를 무시한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쩌면 지금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독점 시대가 지속한다면, 정말 현실화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미국 5대 빅테크 기업인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FAANG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전 세계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기업이 자체 보유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의 두뇌를 빠르게 진화시킨다. 업그레이드된 AI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활용된다.

우스개 소리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은 전 세계 개개인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들 말한다. 나만 보려고 몰래 써둔 일기장을 훔쳐보기라도 한 듯, 빅테크 기업은 개인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동의 후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다 가져간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검색창에 유명 휴양지 이름을 검색하면, 구글은 해당 여행지와 관련한 상품을 배너 광고로 바로 보여준다. 상품을 검색해도 마찬가지로 배너 광고에 내가 구매하려던 상품이 떡 하니 등장한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일이 현실화했다.

그런데, 주요 빅테크 기업의 이런 데이터 수집 행태를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편리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인의 갖가지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하지만, 내 개인 정보를 기업에 넘겨줘도 상관없는지 의문이 든다. 일부 IT 후진국을 제외한 전 세계인의 개인 정보는 이미 해커의 손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내로라하는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잊을만하면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해 송구하다며 기자회견을 연다. 외부에 유출되지 않게 할 자신이 있었다면 모를까, 정보 유출 후 사후약방문 식으로 해커 공격을 차단하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국민 입장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애당초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거나, IT 분야 발전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부터 했어야 하지 않을까.

데이터 유출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대안 솔루션이 필요한데, 요즘 관심을 받는 것은 ‘사용자 중심 AI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세계에 흩어진 업체들이 ‘AI 플랫폼’을 공유하고, 플랫폼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는 개인 스마트폰에 그대로 두는 방식을 채용했다. 종전처럼 개인의 정보를 빅테크 기업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와 솔루션 사업자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다. 개인 데이터를 다른데 보낼 필요가 없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후 카드로 결제할 때를 생각해 보자. 기존에는 주유소가 고객의 결제 정보를 금융 기관에 전송한 후 카드 승인을 요청하지만, 사용자 중심 AI에서는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결제를 요구하고, 소비자가 금융기관과 직접 연결해 결제를 한다.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토스하는 식의 방식을 완전히 배제하는 형태다.

사용자 중심 AI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를 예속시킬 수밖에 없었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55개국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연합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대륙의 미래 성장 동력을 사용자 중심 AI에서 찾는다. 그 시작은 금융부터다. 스마트폰을 가진 개인은 누구나 사용자 중심 AI 기반으로 거래를 함으로써 그 즉시 은행 계좌를 갖게 된다. 아프리카 전역에 거주하는 14억명 이상이 디지털 문맹에서 일시에 벗어나는 셈이다.

전 산업이 ICT 기술과 결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제 일상이 됐다. 제조 강국에서 디지털 강국으로 빠르게 전환한 나라가 강대국이 되는 것이 현실이고, 한번 앞선 기업을 뛰어넘는 방법을 찾기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AI 플랫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런 숙제를 풀어갈 수 있다. 전 세계인에게 개인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돌려줌으로써, 빅테크 기업 중심의 예속 환경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진 디지털인프라부장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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