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차 발사 만에 성공했고, 한국은 7대 우주강국 자리를 꿰찼다.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20년 3710억달러(482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1430조원)로 확장한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강하게 드라이브한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의 시장 규모는 글로벌 대비 1% 안팎 수준으로 초라하다. 미국이 항공우주국 중심에서 민간인 스페이스X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처럼, 한국 역시 그 과정을 따라가야 할 타이밍이라는 얘기다. 물론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숙제부터 처리해야 한다. 우주사업에 나서려고 해도 규제의 벽에 가로 막히거나 법규정이 없는 등 어려움이 크다. IT조선은 우리 우주산업의 현주소를 살피고, 기업의 애로사항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편집자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이스X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서비스 중이며, 화성 탐사용 스타십 우주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항공우주기업 ‘블루오리진', 버진그룹 계열사 ‘버진 갤럭틱’ 등도 스페이스X와 경쟁하며 우주여행 사업에 나섰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 기업과 거리가 있었던 우주 산업에 나서며 시장 파이를 확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민간에서의 우주 산업 프로젝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땐 단계다. 미국 기업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하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우주 사업의 중심에 서다 보니, 민간 기업의 위치가 애매하다. 이미 성공한 누리호와 곧 발사 예정인 다누리 등 한국형 우주 로켓은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이제 첫 단추를 꿴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 정부는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기업 육성을 위해 뒤늦게 드라이브를 건다.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로 발사되는 누리호 모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로 발사되는 누리호 모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후 1톤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보내는 발사체 능력을 확인했다. 이후 정부가 민간으로 발사체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총 4번 로켓을 추가로 발사하고, 민간에 핵심 기술을 완전히 넘긴다. 항우연은 3차 발사부터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해 발사체 기술을 이전한다. 기술을 이전받은 체계종합기업은 3차 발사에서는 발사 운용 과정에, 4차 발사에서는 발사체 제작 과정부터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등 모든 과정이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된 누리호 개발은 정부 주도 하에 이뤄졌지만, 사실 민간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민간 기업의 수는 300곳쯤이다. 주요 참여 기업으로는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엔진 조립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나로호 발사대를 구축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에서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 건립을 맡았다. 전체 참여 기업 중 90%쯤은 중소기업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활약도 컸다.

2020년 우주산업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2019년 우주산업에 참여한 한국 기업체 수는 총 359개다. 이 중 50인 미만 규모의 기업은 237개(66.0%)로 가장 많았다. 우주분야 매출 규모가 10억원 미만인 기업은 227개(63.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시말해 한국 우주기업 대부분은 매출 규모와 직원 수가 많지 않은 영세한 규모인 셈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우주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우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우주산업 전용 모태펀드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발사체 부분만 문제는 아니다. 한국이 운용하는 위성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사용할 때 어려움이 크다. 예를 들어, 위성에서 촬영한 지도 데이터는 지상 기업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어떤 절차로 쓰면 되는지 제도 자체가 없다. 분단 국가라는 특성상 보안 규정 역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컴 그룹 계열사가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사업 시작 단계부터 벽에 턱 막혔다.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우주산업 분야)모태펀드는 과기정통부에서 검토만 하고 있는 단계다"며 "정부에서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모태펀드는 예산 심의나 국회 등 거쳐야 할 단계들이 많다 보니 아직 검토 단계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