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10년 만에 기업공개(IPO) 단독주관 기회를 잡았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 받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라 업계의 주목도를 끌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트랙리스트 공백이 너무 길었다는 점은 우려요소로 꼽힌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티이엠씨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예비심사는 통상 45영업일이 소요되며 예비심사 승인을 받으면 6개월 안에 공모를 마무리해야 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상장이 가능성이 높다.

당초 티이엠씨는 2020년 삼성증권과 대표주관 계약을 맺고 IPO를 준비해왔다. 삼성벤처투자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단독주관이 어려워졌고 이에 한화투자증권이 새 주관사 자리를 꿰찼다.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자신과 자신의 이해관계자 보유분을 더해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공동주관만 가능하다.

티이엠씨가 연내 상장할 경우 한화투자증권은 2012년 나노스 이후에 10년 만에 단독주관을 맡게 된다. 한화투자증권은 2006년 5건, 2007년 5건, 2008년 3건, 2009년 3건, 2010년 6건, 2011년 1건, 2012년 2건의 상장을 주관하는 등 꾸준히 IPO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기업 상장주관을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2018년 들어서야 공동주관사로 카페24(미래·유안타)와 에코마이스터(대신증권) 상장에 참여했다. 이후 2년간 주관 실적이 없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에이비온의 공동대표주관사로 참여하며 IPO 실적을 이어갔다. 단독 주관은 실로 오랜만이다.

가장 최근에 상장을 주관한 에이비온의 공모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에이비온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39.4대 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청약경쟁률도 30.7대 1에 불과했다. 상장 당일 시초가는 공모가(1만7000원) 이하인 1만6800원. 21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51.4% 내린 8270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일반 IPO를 주관하지 않은 공백 기간에 주력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역시 만족할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총 11개 스팩을 상장시켰다. 이중 합병을 성공한 곳은 한화에이스스팩1호(디알텍), 한화MGI스팩(우정바이오), 한화ACPC스팩(디딤), 한화플러스제1호스팩(세림B&G) 등 4곳에 불과하다. 6개 스팩은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됐다. 작년 8월 상장한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은 상장 후 3년 이내에 합병해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의 IPO 흥행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티이엠씨가 소부장 기업인 것은 흥행에 긍정적이지만 주관사의 업무 공백이 너무 길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티이엠씨는 2015년 설립한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업체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및 의료용 가스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02억원, 영업이익 127억원, 당기순이익 1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2%, 43%, 76% 성장했다.

올해 IPO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전형적인 소부장 기업. 올 상반기 시장 위축 속에서도 가온칩스(청약 경쟁률 2183대 1), 레이저쎌(1845대 1), 넥스트칩(1728대 1) 등 소부장 관련 기업들은 흥행에 성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주관사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소부장 기업이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대 이하의 공모 성적을 낼 경우 단독 주관 업무 공백기가 길어 트랙레코드가 미흡했다는 등 주관사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