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의 시대] ③ 행장 5번 바뀔 동안 내부통제 '실종'… 경영진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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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03 06:00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고와 관련, 아직까지 경영진에 대한 문책은커녕,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10년간 당사자인 우리은행은 물론 금융당국, 회계법인 모두 횡령에 눈을 감았다. 그 사이 우리은행 수장만 5번 바뀌었다.

우리은행 행장은 지주 회장으로 가는 핵심 코스다. 이순우 전 행장은 우리은행장에 이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 2018년까지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손태승 전 행장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사건으로 사임했지만, 횡령과는 무관했다. 횡령 당사자는 이광구 전 행장 시절인 2015년, 소송 관련 업무 처리 포상으로 금융위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행장을 포함한 고위 경영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은행장 5번 바뀌는 동안…회계부정 적발 못한 우리은행·회계법인·금감원

국내 상장기업은 개정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지난 2019년(개별·별도 기준 2조원이상)부터 외부 감사인에게 내부통제 시스템을 감사 받아야 한다. IT감사 혹은 내부회계관리제도라 불린다. 금감원은 외부 감사인의 내부통제 감사가 끝난 뒤, 이를 제대로 점검했는지 혹은 기업이 내부통제 체계를 제대로 구축했는지를 종합·수시검사에서 따진다.

은행권은 비상장 기업이라 IT감사에 직접 해당하지는 않지만, 지주사가 대상이라 피해 갈 수는 없기에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우리은행도 각 본부 부서와 영업점에 내부회계관리 담당 직원을 한 명씩 배치, 본부 부서에는 그룹 내도 한 명씩 총괄 담당자를 두고 있다. 이들은 1년에 2번씩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평가하고, 회계부에 취합해 외부 감사인에게 넘기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은행은 2019년 무렵부터 IT감사에 대응 체계를 마련했음에도, 내부 횡령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

2004년부터 2019년 동안 우리은행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도 부정 관련 내역을 잡아내 못했다. 우리은행이 2019년부터 3년간 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 등 내부통제 감사보수로 9억원을 지급했지만, 이들은 우리은행에 ‘적정’의견을 제시했다. 금감원도 마찬가지. 횡령사고 기간 동안 종합·부문 검사를 진행, 상시 감시 체계를 도입해 회계부정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해당 내역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왼쪽부터)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손태승 현 우리금융그룹 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
이번 우리은행 사고 사례는 업계에서도 매우 특이한 케이스로 거론된다. 유령회사 설립이나 문서 조작 방식 등, 범행 수법 자체가 대범하고 지능적이다. 덕분에 오랜 기간 관리자나 외부 감사인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내부 시스템의 결정적 문제점 중 하나로 ‘수기(手記) 방식’을 언급했다. 내용이 전자문서에 존재하지 않으니, IT기술에 기반을 둔 내부통제 시스템도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공탁한 통장 자체를 후선부서에 보관해 놨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업무상 사용 중인 통장에 대한 내부통제 절차 미비 등은 타 금융사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되는 사례"라면서도 "우리은행이 업무상 사용 중인 계좌에 대한 전수 관리나 전체 계좌에 대한 비밀번호·인감·통장 관리자 분리, 주기적 예금잔액 증명서 대조 등 보다 촘촘한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해 놓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전경. / 박소영 IT조선 기자
사건 터지니 수습 나선 우리은행·감독당국…행장 등 고위 경영진도 타깃

파장이 커지자 우리은행과 금감원은 곧장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우리은행은 "5월 초부터 은행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리스크 점검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서별 개별업무, 공통업무 등 업무처리 프로세스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사건 직후인 5월,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금감원 주재 국내은행장 간담회에 참석,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도록 모든 협조를 다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최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상반기 고객 신뢰에 상처를 입은 아쉬움도 컸다"며 "부족했던 점들을 확실히 재정비하고, 하반기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하자"고 임직원에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우리은행 횡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하며, 앞으로 횡령 피의자인 A씨를 비롯, 임직원 등에게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된다면, 우리은행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에 기초, 법률검토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금융 담당 부원장은 "사고 관련자의 정확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횡령 관련자에 팀장, 부행장급, 행장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법률검토에 적용될 법에 대해서는, "은행법, 지배구조법, 일반 검사 제재규정 등 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금융사고 예방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거나 각 사의 회계부정 사례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전체 업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내부통제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TF를 통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은 금융사 관계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사고예방 내부통제의 평가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회계법인에 대한 고삐도 죈다. 이 금감원장은 "상장사를 감사하는 40개 회계법인의 감사품질관리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상장사 등록 감사인에 대한 품질관리감리 시 등록요건 유지 여부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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