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제작진이 쿠팡으로부터 저작인격권을 침해받았다고 비판했다. 쿠팡플레이 측이 8부작이었던 ‘안나’를 일방적으로 6부작으로 편집해 작품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쿠팡플레이 측은 ‘안나’ 감독판을 8월 중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8부작 ‘안나’. / 김정훈 편집감독 페이스북 갈무리
8부작 ‘안나’. / 김정훈 편집감독 페이스북 갈무리
쿠팡 "감독 측이 협의 내용과 다르게 진행했다"

3일 쿠팡플레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쿠팡플레이는 ‘안나’ 촬영이 시작된 후부터 이주영 감독과 제작진에 지지와 신뢰를 보내왔으나 감독의 편집 방향이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 간 상호 협의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수개월에 걸쳐 구체적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감독이 수정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주영 감독의 수정 거부로 쿠팡플레이는 제작사 동의를 얻고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의거해 원래 제작 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총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을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쿠팡플레이의 입장문은 ‘안나’의 이주영 감독, 김정훈 편집감독의 주장과는 다른 내용으로 파악된다.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로부터 편집 방향 의견을 받지 못했고, 쿠팡플레이 측의 일방적 편집으로 ‘안나’가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게 아니라 서사,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 등이 모두 크게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쿠팡플레이, 수정 의견 제시 없었다"

앞서 이주영 감독은 2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현재 공개된 6부작 ‘안나’는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을 배제한 채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감독은 "2017년 11월 8일부터 2021년 7월 12일까지 드라마 ‘안나’의 8부작 극본 집필을 완료했고, 쿠팡플레이는 제작사 컨텐츠맵을 통해 극본을 검토하고 최종 승인했다"며 "촬영은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최종고로 진행됐고, 촬영이 완료될 때까지도 1~4부에 대한 가편집본에 대해 별다른 수정 의견을 제시한 적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쿠팡플레이는 4월 21일 편집본 회의에서 ‘안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편집되기를 원하는지에 관한 건설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지엽적인 부분만 논의하더니 4월 28일 ‘아카이빙 용도’라면서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와 감독에게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보통 작업 중간에 아카이빙 파일을 전달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이 감독 측 설명이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의 편집 프로젝트 파일 전달 요구에 제작사와 감독이 응하지 않자 쿠팡플레이는 제작사에 계약 파기를 언급한 끝에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 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감독은 5월 30일 쿠팡플레이에 8부작 ‘안나’의 마스터 파일을 전달했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6월 7일 다른 연출자와 다른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재편집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감독인 저의 의지와 무관한 일이자 제가 전혀 동의하지 않은 일이어서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플레이는 그것조차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작품이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또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안나’의 일방적인 편집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감독인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후반작업 업체 포함)에게도 사과하며, 단독으로 편집한 현재의 6부작 ‘안나’에서는 이주영의 이름을 삭제하고, 가장 빠른 시일에 제가 전달한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의 ‘안나’를 감독판으로 릴리즈하며,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방 편집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나’의 김정훈 편집감독도 SNS를 통해 이주영 감독과 입을 모았다. 김정훈 편집감독은 "6월 24일에 본 ‘안나’는 내가 감독과 밤을 지새우며 편집한 ‘안나’가 아니었다"면서 "쿠팡이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달라고 했을 때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제작사로부터 받은 것을 알고 설마 설마 했지만, 8부작이 6부작으로 짜깁기돼 세상에 나왔다"고 비판했다.

김 편집감독은 "보통 편집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는데, 그것은 문서로 기록된다"며 "편집과 관련된 쿠팡 의견이 담긴 페이퍼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고, 반나절 정도 쿠팡 관계자들이 와서 한 말들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김 편집감독도 이주영 감독과 마찬가지로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도 이름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감독은 "누가 편집했는지도 모르는 ‘안나’에 여전히 이름이 남아 있어 견디기 어렵다"며 "창작자라면, 작품을 위해 연일 날밤을 새우고 모든 것을 던진 스태프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