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진통제 오남용 처방과 마약사범 급증 등 마약 관련 사회적 이슈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해 다양한 규제 기관이 대대적인 조사를 펼치는 한편 검찰은 마약 범죄를 직접 수사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마약 관련 사건 사례가 급증하면서 규제당국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이 다양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국내 마약 관련 사건 사례가 급증하면서 규제당국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이 다양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규제당국이 최근 마약류 진통제의 오남용 처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49곳을 점검한 결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병원 34곳과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환자 16명이 적발됐다. 이들 병원 34곳 가운데 12곳은 진통제를 오남용해 처방·투약하는 등 업무 목적 외 마약류 취급이 의심돼 수사 의뢰됐다.

나머지 24곳은 마약류 취급내역을 지연 보고했고, 2곳은 마약류 저장시설 점검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저장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행정처분이 의뢰됐다. 1곳은 마약류 재고량이 서류와 일치하지 않아 행정처분 의뢰와 함께 고발 조치됐다.

수사 대상인 A의원은 2019년 7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7개월 동안 환자 B씨에게 펜타닐 패치를 총 243회(2430매) 처방·투약했다. 환자 C씨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5개월 동안 19개 의료기관에서 옥시코돈을 222회(6824정) 처방·투약받았다.

펜타닐이나 옥시코돈 등 마약류 진통제는 오남용 가능성이 높은 약이라 첫 처방 시 1회당 7일 이내의 단기로 처방해야 한다. 추가 처방할 때도 가능한 1개월 이내로 처방해야 하며 최대 3개월 이내 처방하도록 권장된다.

마약사범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관련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 연간 1만명에 미치지 못했던 마약사범 숫자는 상반기에만 8575명에 달했다. 마약류 압수량은 376.9㎏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198.6㎏) 89.9% 늘었다.

특히 1~6월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114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990명)과 2020년 상반기(669명) 대비 월등히 높아졌다. 올 상반기 경찰이 검거한 마악류 관련 사범 역시 5988명으로 지난해 상반기(5108명)보다 17.2% 증가했다.

성범죄에 주로 사용되는 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MDMA) 압수량도 전년 대비 620% 폭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하면 ‘약물에 의한 성범죄 의뢰 사건’이 2017년 1274건에서 2021년 2538건으로 늘었다.

검찰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언택트’ 마약 거래가 활성화됐고, 대금은 가상화폐로 지불하는 등 마약 구매가 쉬워졌기 때문에 마약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직접수사 기능을 복원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마약 등 강력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강력범죄수사부의 수사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지나치게 적은수의 인력만이 마약 수사에 투입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마약 범죄를 다루는 수사부를 확대하는 한편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마약 밀매 및 유통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이달부터 10월 31일까지 ‘마약류 유통 및 투약사범 집중단속’을 전국에서 진행한다. 경찰은 클럽과 유흥주점 내 마약 유통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욕억제제 등 마약류 거래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 행위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추가 혐의까지 수사하겠다"며 "10대와 20대 젊은층의 마약류 유통이 대부분 다크웹을 포함한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상시 모니터링 체제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좀 더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마약 단절을 돕는 국내 기관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 단 한 곳 뿐이다. 마약중독전문치료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21곳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마퇴본은 1년에 국가로부터 33억원만 지원받고, 마약치료전문병원은 고작 지원금 4억원에 불가하다. 전문적인 마약 중독 담당 의사 교육 시스템도 열악해 그 마저도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있어 환자를 진료할 의사마저 부족한 상태다.

의료계 관계자는 "마약은 단속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재활프로그램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채 단속만 강행한다면 실질적인 마약사범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