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무의 테크리딩] 가상현실(VR)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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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입력 2022.08.07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인플레이션 시대 신시장을 여는 기폭제가 된다. VCR, 워크맨, 노트북 컴퓨터, 이동전화 등은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1970~1980년대 나온 혁명적인 제품이었는데, 당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다. 이전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플레이션 시대 소비의 관용성이 크게 작용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눈에 띄는 서비스 중 하나는 바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시장이다. VR의 역사는 거의 100년에 이를 정도로 길지만, 실제 우리 삶에 일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오큘러스 리프트가 등장한 이후의 일이라 할 수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 출시 후 10년의 세월 동안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저변이 크게 넓어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최근 10년이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였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VR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긴 하지만 소비 관용성이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너무 높다고 느낄 뿐 혁신적인 경험을 위해 꼭 사용해야겠다는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산업계 역시 시장 확대를 위한 서비스 질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가격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보다 질을 먼저 따져야 할 때다. 아무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나 제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저품질에 불만을 느낀다면 확산이 어렵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나온 VCR이 가격 때문에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나왔다면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장점은 VCR은 당시로서는 임팩트가 큰 제품이었지만, 만약 당시 저품질 콘텐츠로 도배가 됐다면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VR 분야를 냉정하게 평가하면, 현재까지 나온 제품과 콘텐츠는 흑백 VCR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저기에서 VR에 대한 평가가 박하게 나온 것은 저품질 관련 이슈 때문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 시대 VR은 기존의 평가를 확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1970년대에 당시 가격으로도 50만~100만원대였던 VCR이 불티나게 팔렸던 것처럼, VR 기기 역시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만 좋다면 얼마든지 100만~200만원 가격에도 팔릴 수 있다. 지금처럼 30만원대 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기라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확실한 만족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HMD의 무게를 줄인다거나 영상 지연 속도를 낮춰주면 된다.

VR은 기본적으로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고 선명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니터나 TV의 경우 50~90PPI 정도의 해상도를 지닌다. 1인치 거리에 50~90개의 화소가 들어가 있다. 영상을 볼 때 이용자가 체감하는 선명도는 PPI 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는지도 체크해야 챙길 수 있다. 옥외 광고판의 경우, 멀리서 보면 선명한 영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멀리서 보지 못했던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니터나 TV 등도 마찬가지다. 32인치 모니터를 70~80㎝ 거리에서 보면 화소가 보이지 않지만, 50㎝ 이내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미세한 점이 보인다. 15인치 노트북의 경우 50㎝ 거리에서 이런 점이 보이지 않고, 25㎝ 이내도 더 가까이 볼 때 점이 보인다. 모니터나 TV보다 더 근거리에서 작업하는 노트북이 더 해상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은 150PPI 전후다. TV나 모니터의 화소간 거리보다 2배쯤 더 촘촘한 모양새다.

VR 디스플레이는 5~6인치 디스플레이를 5㎝ 거리에서 시청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론상 노트북보다 10배정도 더 고해상도인 1500PPI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최신 제품의 해상도는 4K해상도(400만화소) 즉 750PPI 수준에 불과하다. VR 콘텐츠의 품질이 좋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장시간 VR 기기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눈의 피로를 호소할 수밖에 없는 핵심 이유다.

HMD 무게를 줄이는 것도 VR 업계가 풀어가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무게는 500g인데, 이를 줄이려면 케이스 크기 자체를 축소해야 한다. 이 과제를 풀려면 디스플레이와 사람 간 거리부터 좁혀야 한다.

짧은 거리에서 PPI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OLEDoS 제품의 경우 3500PPI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와 사람 간 거리가 2~3㎝로 가깝다 해도 충분한 해상도를 제공할 수 있다.

해상도가 충분히 제공되는 환경에서 거리를 줄이려면 새로운 렌즈를 써야 한다. 대표적으로 ‘팬케이크형 렌즈’가 있다. 팬케이크형 렌즈는 일반 렌즈보다 얇지만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눈과 디스플레이까지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렌즈 자체의 무게도 줄일 수 있다. 파나소닉의 자회사 ‘시프트올’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팬케이크형 렌즈를 탑재한 VR 헤드셋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의 무게는 오큘러스 퀘스트2의 절반 수준인 250g에 불과했다.

시프트올의 ‘메가네X’를 착용한 모습 / 시프트올
여기에 추가적으로 배터리의 무게를 줄일 경우 전체 무게는 200g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VR 헤드셋의 파워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배터리 무게는 100g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무게당 에너지밀도가 2배 이상되는 리튬황 전지를 채택하면 50g 이상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200g 이하 무게의 VR 헤드셋을 만들 수 있다. 연산 부담 등을 최대한 클라우드를 활용하게 되면, 최대 100g 초중반대 제품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연산을 클라우드에 넘길 경우 화면 지연에 따른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데이터 속도가 빠른 5G를 사용하면 충분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지국 후단까지 5G 표준으로 구축되는 SA(Stand Alone) 방식의 5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10㎳ 이하 지연속도를 상용 수준에서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5G는 충분한 데이터 용량을 확보함으로 대규모 데이터인 VR 데이터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준비가 되어 있고, 이를 잘 적용하는 문제만 남았다. 어떤 업체가 VR 시장을 이끌지가 중요하다. 이 역할은 아마도 애플과 같은 기업이 담당할 것으로 본다. 최고 품질의 부품을 모아 최고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애플은 두터운 팬층을 활용한 고가 판매가 가능한 기업이다. 애플이 완성도 높은 VR 기기를 200만원에 내놓고, 기기 이용자가 고품질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현장감 있는 VR로 즐길 수 있게 한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소비자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관용성이 VR 활성화로 이어질 근간이 될 것이다. 이제는 정말 VR 시대가 제대로 개막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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