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구매 - 관심은 '하이엔드', 하지만 구매는 '보급형'

2008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CPU 시장에서 눈에 띄었던 제품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CPU의 한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텔의 '코어 i7'과 AMD의 기술력을 과시한 45nm '페넘 II' 프로세서, 오버 잘되고 발열 적기로 소문난 '울프데일' 등 다양한 제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제품들은 높은 성능으로 유저들의 관심은 받고 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장을 이끄는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실제 판매는 아직 10만원대의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기 마련이다.


CPU 제품명

점유율 (%)

인텔 펜티엄 울프데일 E5200

8

AMD 애슬론64-X2 브리즈번 5200+

7

인텔 코어2듀오 울프데일 E8400

7

AMD 애슬론64-X2 브리즈번 5000+

6

인텔 펜티엄 콘로 E2180

6

인텔 코어2듀오 울프데일 E7200

5

인텔 펜티엄 콘로 E2160

4

인텔 코어2쿼드 켄츠필드 Q6600

4

AMD 애슬론64-X2 브리즈번 4200+

3

AMD 애슬론64-X2 브리즈번 4600+

3

<표> 울프데일을 비롯해 브리즈번 등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제품들이 꾸준히 인기다. (데이터는 다나와 연동몰의 판매 제품을 집계한 것으로 전체 시장 판매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2008년 3월부터 5월 현재까지 다나와를 통해 판매된 CPU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의 제품 중 소위 보급형으로 꼽을 수 있는 중저가 제품은 모두 7가지다. 인텔 울프데일과 켄츠필드를 제외하고는 10만원 미만의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들이다.

특히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인 제품은 공교롭게도 같은 모델 넘버를 가진 '인텔 울프데일 E5200'과 'AMD 브리즈번 5200+'로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급형 제품으로 꼽힌다.

반면 울프데일과 켄츠필드, 페넘 같은 제품들은 끊임없는 화제를 몰고왔음에도 보급형 만큼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 지금은 쿠마시대, CPU 시장에 불어닥친 '곰' 열풍

최근 CPU 시장은 AMD에서 출시한 보급형 프로세서 '쿠마' 열풍으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다. 2008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브리즈번의 명성을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1월경 출시된 'AMD 애슬론-X2 쿠마 7750 블랙 에디션'은 K10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첫 듀얼 코어 프로세서로 L3 캐시를 갖춘데다 쉬운 오버클럭을 위해 배수 제한을 해제한 제품이다.

7~8만원 대 제품 늘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쿠마는 과거 브리즈번이 인기있었던 것과 달리 소리소문 없이 출시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성공이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쿠마'는 최근 CPU 시장의 슈퍼스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쿠마는 출시 자체가 다른 제품들처럼 높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쿠마가 출시되던 1월 당시 AMD 쿼드코어 페넘 II 프로세서가 막 선보였으며, 인텔의 울프데일 프로세서도 꾸준히 신제품 라인업이 보강되고 있어 사실상 쿠마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유저들의 실제 구매 기준은 가격이었다. 페넘 II와 울프데일에 많은 눈과 귀가 쏠려 있어도 실제 구매시에는 값 싸고, 적당한 성능을 구현하는 듀얼코어를 선택하게 되고, 가장 알맞은 제품이 바로 쿠마였다.
 

- 쿠마, E5200을 넘어서다

사실 쿠마가 처음 선보였을 때만해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유저들도 적지 않았다. 브리즈번과 같은 65nm 공정인데다 전력도 95W로 오히려 기존의 65W보다 높아졌으며, 이 때문에 온도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부 유저들은 브리즈번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쿠마 7750 BE'은 지난 3월에 이르러 '브리즈번 5200+'의 판매량을 넘어서더니 4월에는 드디어 최후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인텔 펜티엄 E5200'의 판매량마저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지난 4개월간 '쿠마'의 판매량은 가파른 속도로 상승했다


그렇다면 'AMD 쿠마 7750 블랙 에디션'이 이처럼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K10 아키텍처의 채택으로 향상된 성능을 꼽을 수 있다. 'AMD 쿠마 7750 Black Edition'은 브리즈번에서 사용됐던 K8 아키텍처에서 한층 개선된 K10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작됐고, 메모리 컨트롤러를 내장해 메모리 반응 속도를 높였다.

거기에 하이퍼트랜스포트 3.0을 지원하고, 2MB의 통합형 L3 캐시 메모리를 탑재해 512KB의 L2 캐시만을 사용하던 브리즈번에 비해 IPC, 즉 클럭 속도 당 명령 처리 능력이 높다. 때문에 오버클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같은 2.7GHz 작동 속도의 브리즈번 5200+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쿠마 7750 Black Edition

쿠마 7850 Black Edition

소켓 구분

AM2+

제조 공정

65nm

코어 구분

듀얼 코어

동작 속도

2.7GHz

2.8GHz

L2 캐시

512KB x 2

L3 캐시

2MB

설계 전력

95W

하이퍼트랜스포트

3,600MHz

가  격

79,000원 (5/8, 최저가 기준)

95,000원 (5/8, 최저가 기준)

그것뿐만이 아니다. 듀얼 코어로써는 드물게 배수 제한이 해제돼 있어 오버클럭에도 한층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공정이 65nm로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에 오버 수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배수가 풀려있는 만큼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쿠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가격'이다. 다나와 최저가를 기준으로 9만원 전후의 가격으로 출시된 쿠마는 3월 한 때 10만원까지 뛰기도 했지만 이후 계속된 하락세를 보이면서 현재는 79,000원의 최저가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경쟁 제품인 인텔 펜티엄 E5200보다 7,000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쿠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단점도 있다. 전력이 65W에서 95W로 높아짐에 따라 전력 소모가 많아 졌고, 발열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 기능이 지원되는 일반 쿨러에서 오버클럭을 하게 되면 소음도 덩달아 증가되도 한다. 때문에 발열/소음 등 환경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오버클럭을 했을 때의 경우다.


- '쿠마' 인기, 당분간은 이어질 듯

어찌되었든 쿠마는 이처럼 다양한 특징들로 동일 가격대의 제품 중 가격대비 만족도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시 3개월 만에 최다 판매 제품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한편 AMD에서 얼마 전 작동 속도를 100MHz 높인 ‘쿠마 7850 블랙 에디션'을 출시했지만 아직까지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분간은 7750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추세는 45nm 공정의 페넘 II X2 ‘칼리스토’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나와 정보콘텐츠팀 홍진욱 기자 honga@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