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고사양의 크롬북인 크롬북 픽셀을 지난 금요일(22) 공식 발표했다. 크롬북 픽셀은 구글의 운영체제인 크롬을 채택했으며, 기존 저가 크롬북과 달리 터치 기능과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수준의 고해상도(2560X1700 픽셀)를 지원한다. 인텔의 코어 ‘i5’프로세서를 탑재했고, 와이파이와 LTE 4G이동통신 규격을 지원한다. 1테라바이트의 온라인 저장공간(구글 드라이브)을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은 지난 2011년 크롬북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HP250~300달러대의 크롬북을 내놓았고, 이어 대만의 에이서가 199달러의 크롬북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저가 프로세서인 인텔의 셀러론칩을 채택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클라우드와 웹 기반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구글의 크롬북 전략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발표된 크롬북 픽셀은 와이파이 제품이 1299달러, LTE 4G모델이 1449달러다. 기존 크롬북과 달리 고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과연 왜 구글이 이런 고가 및 고사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1300달러에 달하는 고가 제품인데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수준의 해상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맥북 프로와 대비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원조격인 맥북 프로는 크롬 픽셀과 달리 터치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맥북 프로의 가격은 1199달러다. 맥북 프로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인기를 감안할 때 구글의 고사양, 고가 제품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IT업계 전문가들은 이 제품의 소비자 호응도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IT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크롬 픽셀 발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전문업체 구글의 하드웨어 중시 전략이 가시화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최근 구글은 넥서스7, 구글 글래스 등 하드웨어 제품을 속속 내놓거나 내놓을 예정이다.

 

구글의 크롬북 픽셀은 기존 크롬북과 몇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차별성을 지닌다. 우선 터치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MS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우8’의 기능과 비슷하다. 터치를 지원하는 윈도우8과 함께 랩톱 또는 데스크톱 분야에서도 터치 기능의 채택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글은 크롬북 픽셀을 출시를 통해 개발자들의 터치 및 고해상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독려하고, 파워 유저를 중심으로 터치 및 고해상도 지원 앱의 확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크롬 픽셀은 웹 클라우드 기반의 하드웨어를 지향한다. 현재 수많은 사용자들이 G메일과 구글의 다양한 앱을 클라우드 공간에서 구동하고 저장한다. 게다가 크롬북 픽셀은 무려 1테라비이트의 무료 온라인 저장공간(구글 드라이브)을 제공한다. 개인이 보유한 사진, 음악, 영화, 동영상 등 데이터를 웬만하면 다 온라인 공간에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굳이 PC에 앱을 설치하고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없다. 바로 크롬북 픽셀이 노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포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퀵오피스라는 웹기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업체를 인수했는데, 수개월안에 MS오피스프로그램과 호환되는 웹 기반 퀵오피스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제품은 구글 닥스보다는 오히려  MS오피스와 더 호환되는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크롬 OS와 안드로이드의 관계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PC월드 보도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 크롬과 안드로이드가 결국 통합 되지 않겠냐는 성급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크롬북 픽셀이 성공적으로 런칭되고 여기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 기존의 안드로이드 OS 태블릿과 경계선이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크롬북 픽셀은 터치 기능을 지원하지만 대형 키보드를 갖췄다. 키보드만 떼내면 태블릿과 다를 바 없어진다. 크롬 태블릿 제품도 얼마든지 출시 가능하다. MS가 윈도8 출시와 함께 태블릿 제품인 서피스를 내놓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크롬북 픽셀은 LTE를 지원한다. 방대한 데이터의 온라인 저장 및 활용이 가능해지려면 대용량 데이터의 처리가 가능한 LTE 지원이 필수적이다. 구글은 오는 4LTE를 지원하는 크롬북 픽셀을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제휴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크롬 픽셀 사용자들은 한발짝 더 클라우드 세상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구글의 크롬북 픽셀이 과연 얼마나 큰 파고를 몰고올 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장길수 기자 ksj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