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킬 스위치(kill switch)’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반대 의견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 상원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킬 스위치’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미 IT매체 씨넷에 따르면 미 상원의 애미 클로부차르 민주당 의원은 바바라 미컬스키, 리차드 블루멘탈, 매지 히로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스마트폰 절도방지법(The Smartphone Theft Prevention Act)’의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의원들은 도난 스마트폰의 작동을 원격지에서 금지할 수 있는 ‘킬 스위치’ 기능을 탑재하도록 통신사업자들에게 의무화하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킬스위치 기능을 도입하면 스마트폰 고객들이 전화기를 도난당했을 경우 원격지에서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전화기를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상원의 킬 스위치 탑재 의무화 법안 추진은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크 레노 상원의원과 조지 가스콘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찰청장 등이 캘리포니아주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킬 스위치 기능을 넣는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나온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킬 스위치 탑재 의무화 관련 법률이 캘리포니아주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킬 스위치 기능이 탑재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판매되는 스마트폰을 따로 만드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전역에 공급되는 스마트폰에 킬 스위치 기능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캘리포니아 상원 정치위원회는 올봄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안한 킬스위치 도입 법안에 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에 연방 차원에서 ‘스마트폰 절도 방지법’의 제정을 추진 중인 애미 클로부차르 민주당 상원의원은 발표한 성명을 통해 “스마트폰에 포함된 개인정보와 단말기를 이용하는 절도행위가 큰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도난 휴대폰으로 입는 금전적인 피해가 매년 3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 절도 방지법은 절도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정보가 악용되고, 금전적인 손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S.O.S이니셔티브

 

캘리포니아주의 킬 스위치 의무 탑재 법안은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주 검찰총장과 조지 가스콘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총장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S.O.S(Secure Our Smartphone) 이니셔티브’에 기반해 마련됐다. 미 상원의원들이 제정을 추진 중인 스마트폰 절도 방지법 역시 S.O.S이니셔티브의 의견과 규정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절도 방지법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을 노린 절도 행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절도 행위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는게 미국 사회의 일반적인 여론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전체 절도 행위 가운데 66%가 스마트폰 절도이며 오클랜드시는 무려 75%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CC는 미국 전역에서 스마트폰 절도가 전체 절도 행위의 30~4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컨슈머 리포트는 지난 2012년 160만 명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절도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 절도행위는 ‘애플 픽킹(Apple Picki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미국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킬 스위치 탑재 법안에 대해 통신사업자들과 그들의 이익단체인 CTIA가 강력한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 통신사업자들과 CTIA는 킬 스위치 기능을 도입하면 해커들이 정부 공공 기관의 스마트폰이나 일반 소비자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무력화시키거나 정보를 대량으로 절취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사업자들이 절도 스마트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이 킬 스위치 기능을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해법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킬 스위치 도입을 강제하기 보다는 모바일 기기의 식별자를 임의 조작하는 행위나 불법 거래하는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게 더 효율적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면 통신사업자들이나 스마트폰 개발자들이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도난 방지 도구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 제정을 추진중인 의원들과  킬 스위치 도입 찬성론자들은 통신사업자들이 킬 스위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단말기 분실 보험금 수익에 눈이 먼 때문이라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 통신사업자들이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삼성전자가 마련한 킬 스위치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는 것.

 

하지만 미 의원들은 이미 유사한 법안을 제정해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해온 호주의 경우 미국 통신 사업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스마트폰 해킹 행위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스마트폰 절도행위도 25% 가량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킬 스위치 기능 탑재 의무화 법안만이 스마트폰 절도 행위를 줄이고, 사적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란 주장이다.

 

장길수 전문위원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