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제주시 노형동에 개관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지난 1일 벼르고 한번 가봤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지난해 7월 넥슨의 지주회사격인 엔엑쓰씨(NXC)가 약 150억 원을 투자해 4년 간의 준비 끝에 지하 1층, 지상 3층(2,445.68m²) 규모로 건립했다. 국내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웰컴스테이즈, 오픈 스테이지, 히든스테이지, 스페셜 스테이지 등 4개의 주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 넥슨컴퓨터박물관 전경

 

▲ 야외 부지

 

우선 자동차를 타고 넥슨컴퓨터박물관 주차장에 들어서니 현대적 감각의 건물 2개동과 널찍한 야외부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건물과 야외부지가 시원스럽게 배치돼 방문객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건물 1개동은 사무동이고 1개동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야외부지에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과 시설들이 눈에 띈다. 컴퓨터라는 다소 딱딱한 개념의 제품으로 구성된 박물관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데 제격이다. 컴퓨터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족들과 즐거운 휴식 시간을 갖는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닐까?

 

▲ 세계 최초의 마우스

 

각설하고, 박물관 얘기로 들어가 보자. ‘도슨트(전시 제품 전문 안내인)’의 설명없이 그냥 전시 공간을 쭉 한번 둘러봤다. 모든 전시물마다 깊은 사연과 역사가 간직돼 있겠으나 그냥 부담없이 훑어봤다. 우선 1층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주 요상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 최초의 마우스라고 한다. 지난 1968년 미국의 ‘더글라스 엥겔바트’라는 발명가가 창안한 제품인데, 아쉽게도 진품은 아니고 복각품이다.

 

지금이야 마우스가 컴퓨터에 당연히 딸려있는 입력장치 중 하나지만 1968년이라면 진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다. 그런데 세계 최초의 마우스를 소개하는 설명 글이 놀랍다. 엥겔바트는 당시 마우스를 소개하면서 워드프로세싱, 하이퍼텍스트, 통신회의도 소개했다고 한다. 단순히 개념을 소개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기능을 갖춘 제품 데모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개념만 소개했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다. 이걸 도대체 믿어야 하나? 분명 천재는 있는 모양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세상은 진정 몇 명의 천재들이 만들어놓은 것일 뿐인가. 우리는 단순히 그 수혜자이고…

 

▲ 8인치 FDD와 컴퓨터

 

다음에 눈에 들어온 제품은 8인치 플로피디스크다. 세상에 8인치 플로피 디스크도 있었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야 소시적에 엄청나게 많이 써봤지만 8인치 플로피 디스크라는 게 있었다는 건  아무래도 생소하다. 내 기억으로는 이날 처음으로 실물을 본 것 같다. 8인치 플로피디스크의 저장 용량은 고작 0.25MB다. 유니코드 한글로 13만1072개의 글자를 담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고작’이지만 당시에는 ‘대단’했을 터이다. 작은 데이터 저장공간이라도 아껴 쓰자.  왜냐하면 거기에 컴퓨터의 역사가 발명자의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기때문이다.

 

▲ 과거의 컴퓨터들

 

8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2개 넣을 수 있는 컴퓨터도 8인치 플로피 디스크 밑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정말 이게 컴퓨터인지 싶다. 이거 혹시 토스트 굽는 기계 아냐? FDD(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에 식빵을 넣으면 잘 구어져 나올 것 같다.

 

▲ 알테어 8800

 

 

다음으로 소개할 제품은 지난 1975년 발표된 ‘알테어(Altair) 8800’이다.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중 하나라고 한다. ‘포퓰러 일레트로닉스’라는 전자 전문잡지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순식간에 5000여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모니터와 키보드가 없다. 전면의 스위치로 프로그래밍을 하면 전면 LED램프를 통해 결과물을 출력해줬다고 한다. 모니터와 키보드 없는 제품을 컴퓨터라고 불러도 되나. 하다못해 전자계산기도 모니터와 키보드가 있는데. 아무튼 초창기 컴퓨터는 그랬다.

 

▲ IBM 최초 PC

 

드디어 PC의 등장이다. 최초로 ‘퍼스널 컴퓨터’라는 이름이 붙어 판매된 IBM ‘PC 5150’이란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바로 거대한 정보화의 물결이 한바탕 크게 출렁인 것이다. 출시 4개월만에 5만여대가 판매됐으며 급기야 타임지는 PC 5150을 ‘올해의 인물’에 선정했다. IBM은 PC 5150을 내놓으면서 개방 표준 정책을 선언, IBM 호환 제품의 보급을 허용했다. IBM 외에 수많은 컴퓨터 업체들이 IBM호환 PC를 내놓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 오스본 1

 

1981년에는 포터블 컴퓨터도 나왔다. 노트북과 태블릿의 원조라고 할만하다. 이름은 ‘오스본(Osborne) 1’이다. 무게는 11Kg이고 2개의 FDD를 장착했다. 월 1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포터블 컴퓨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82년 발표된 ‘코모도르’ 컴퓨터도 뛰어난 그래픽 능력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코모도르는 게임기 대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넥슨 컴퓨터박물관에는 TRS, NEC 랩톱 컴퓨터, 애플2, 매킨토시 등 우리의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거나, 혹은 그런 제품이 있었다는 것 조차 몰랐던 여러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컴퓨터 역사에 해박한 사람의 안내를 받지 않으면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는 다소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가며 듣는 게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사이버뱅크 PDA폰

 

▲ 에릭슨 스마트폰

 

 

초창기 휴대폰과 PDA도 진열되어 있다. 이제는 익숙한 용어인 ‘스마트폰’이란 명칭을 처음으로  쓴 제품은 지난 2000년 에릭슨이 발표한 휴대폰인 ‘R380’이다. 통화 기능이 들어간 국내 최초의 PDA폰인 사이버뱅크의 ‘PC-e폰’도 만날 수 있다. 2001년 처음으로 나왔다.

 

▲ 오큘러스 리프트

 

박물관에선 최근 페이스북이 인수해 화제가 된 오큘러스의 HMD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오큘러스리프트’도 만나볼 수 있다. HMD를 쓰고 주변을 둘러보면 머리의 움직임을 추적해 전면 스크린에 반영된다. 샌프란시스코 벤처기업 ‘립 모션(Leap Motion)’이 개발한 ‘휴먼 인터페이스 디바이스(HID)’도 박물관에서 처음으로 경험해 봤다. USB 저장장치 정도 크기의 ‘립 모션’ 디바이스가 설치된 곳의 가까운 위치에서 손가락을 허공에 대고 움직이면 모니터의 커서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간단히 게임을 즐겨봤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MIT랩의 메키 메키

 

전시관 3층에 올라가니 MIT랩에서 지난 2012년 개발했다는 ‘메키 메키(Makey Makey)’ 라는 특이한 입력장치가 관람객을 반긴다. 사람의 손이나 과일, 냄비, 연필 등을 전자회로와 연결해 마우스나 키보드 등 입력장치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자신만의 특이한 입력장치를 만들 수 있는 발명품이다. 이 밖에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3D 프린터, 간단히 전자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아듀이노’ 보드 등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쓴 ‘바람의 나라’,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천리안’ 환경을 구현해놓은 PC 통신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오려는데 한 어린 여학생이 PC통신 화면을 보면서 옆에 있는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이게 뭐야?” ‘글쎄 저게 뭘까’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파란 화면에 ‘ATDT 715-OOOO’. 그리고 엔터키. 잠시 기다리니 ‘지지직~털커덕’하고 모뎀이 전화선에 접속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내려앉는다. 과거로의 여행이 다시 시작됐다. 컴퓨터박물관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줬다.

 

장길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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