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기자]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이 갖는 의미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단순히 뉴스를 접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경제적 공간이자,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하는 정치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불편함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혹은 불편함없이 이용하지 못한다. 돈이 없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PC나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없거나, 혹은 이런 기기가 있어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이처럼 인터넷 생활이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만 무려 968만명에 달한다. 전체 국민 5명 중 1명 꼴이다.

 

물론 이 중에는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 없거나 교육을 받지 못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에 비해 정보 습득이나 의사 표현이 떨어지고, 경제활동은 물론 선거 같은 정치활동에도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소외는 단절을 낳고 이는 다시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계층간, 지역간, 연령대간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의 차이를 '정보격차'(Digital Divide)로 규정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 역시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외계층 인터넷 이용률 여전히 크게 떨어져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최근 발표한 '2013 정보격차 지수 및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정보격차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국의 1만75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로, 일반국민 대비 소외계층의 정보격차 실태를 수치화해 보여준다. 여기서 소외계층은 장애인과 저소득층, 농어민, 장노년층,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등을 의미한다.

 

▲ 소외계층별 정보격차 (출처=한국정보화진흥원)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정보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3년 기준 소외계층의 PC 기반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의 75.2%로 조사를 시작한 2004년 45.0%에 비해 30.2%p 향상됐다. 여기서 정보화 수준이란 필요할 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PC를 갖고 있는지, 이메일 등 기본적인 활용 능력은 갖고 있는지, 인터넷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것이다.

 

소외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50.8%, 가정내 PC 보유비율은 69.2%로, 전체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 82.1%, PC 보유율 80.6% 대비 31.3%p, 11.4%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차이가 큰 부분도 있지만 그 격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NIA 측은 설명했다.

 

인터넷 이용률이 여전히 30%p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눈여겨 볼만 하다.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인터넷 이용시 어려움을 묻자 ‘인터넷 이용능력의 부족(31.9%)’, ‘노후한 PC 기종(16.8%)’, ‘정보화 역기능 문제(15.2%)’, ‘이용 비용의 부담 (14.2%)’, ‘유용한 내용 부족(13.7%)’, ‘어려움 발생 시 도움 요청할 사람 부재(3.1%)’ 등의 대답이 나왔다.

 

장애인과 장노년층, 농어민의 경우 ‘인터넷 활용능력의 부족’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은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노후 PC 기종에 의한 인터넷 속도 저하’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방법의 모름 및 어려움(44.8%)’을 꼽았다. 여전히 기본적인 인터넷 교육이 필요한 소외계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필요성 부재(27.6%)’,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름(9.1%)’, ‘비용 부담(5.8%)’ 순이었다.

 

모바일 정보격차, 10년전 PC 정보격차 만큼 심각

 

한편 최근 인터넷 환경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무엇보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활용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트래픽 비중도 이미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활용이 늘어나면서 이 부문에 대한 정보격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스마트 격차지수'(신정보격차지수)로 규정하고, 가정내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 접속 가능여부, 모바일 스마트기기 이용능력, 모바일 인터넷 이용여부 등을 기준으로 수치화했다.

 

▲ 소외계층의 PC기반 정보격차와 스마트 정보격차 (출처=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결과는 기존의 정보격차보다 심각했다. 소외계층의 모바일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의 절반 수준인 42.9%로 전년(27.8%)에 비해 15.1%p 개선됐지만 PC 기반 정보화 수준(75.2%)에 비해서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C 기반 정보화 수준을 기준으로 10년전인 2004년 수치(45.0%)보다도 낮은 것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보유한 비율이 전체 국민 대비 62.0%에 그쳤고,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은 전체 국민의 36.2%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외계층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률은 전체 국민(77.0%)보다 30%p 가까이 낮은 48.1%였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률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온라인 사회참여율, 온라인 경제활동률 역시 전체 국민의 절반 수준이었다.

 

소외계층이 모바일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33.6%)이었다. 그러나 ‘구입비 및 이용비용 부담(30.3%)’도 매우 높게 나타나 PC와 달리 경제적인 이유가 주요인인 것으로 나타탔다. 특히 장애인과 저소득층은 비용 부담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용방법의 어려움(17.0)’, ‘필요성 부재(11.6%)’, ‘신체장애로 인한 이용의 어려움(4.3%)’, ‘무료 접속 시설의 부족(1.8%)’ 등이었다.

 

소외계층의 스마트 정보격차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효과성에 대한 설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이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중복응답 허용) '뉴스나 새로운 소식을 더 빨리 알게 되었다'(84.2%), '여가활동의 기회가 많아졌다'(78.4%), '더 많은 정보나 지식을 얻게 되었다'(73.6%), '지인들과 일상 공유 및 연락할 기회가 많아졌다'(71.2%) 등의 대답이 나왔따.

 

▲ 소외계층의 스마트폰 이용 후 변화 정도 (출처=한국정보화진흥원)

 

이밖에 '새로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알게 되는 기회가 많아졌다'(67.0%),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62.0%), '업무나 학업의 효율성이 높아졌다'(59.4%) 등 지역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격차 문제, 특히 모바일 기기 측면에서 정보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정보격차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소외계층의 모바일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스마트기기 시범 보급과 모바일 정보통신보조기기 개발 지원 등을 추진키로 했다. 사이버 환경에서의 차별 없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우수한 모바일 앱에 대해 품질인증을 실시하고, 모바일 앱을 대상으로 접근성 진단과 컨설팅도 지원키로 했다. 이밖에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모바일 정보화교육과 베이비붐 세대나 장노년층의 모바일 기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창업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NIA 관계자는 "스마트 모바일 기술이 거의 모든 실생활에 적용되면서 이제 스마트 환경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보사회의 복지 대상자로 봐야 한다"며 "정보격차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기술적인 정보접근권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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