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금융위원회가 KB 이사회를 KB사태 촉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연일 자진사퇴 종용을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KB 이사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KB 이사회는 지난 1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최고경영자 양성 프로그램 전면 개편과 이사 추천 및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 이사회 내 위원회기능, 계열사 대표 및 그룹 주요 임원 추천제도 개선 등을 재점검 하는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던 이사회의 자진 사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작 개선돼야 할 이사회가 개선 활동의 주최가 되겠다는 적반하장격 발표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KB 이사회의 발표에 대해 금융위의 반응은 냉담하다. KB 임시 이사회를 통해 이사진의 자진 사퇴를 기대했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 또한 KB 이사회가 내년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계획 자체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 이사회의 9명 중 6명이 내년 3월로 임기를 마치므로, 결국 자신들의 자리를 보존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KB 이사회의 임시 이사회를 통해 나온 내용이 결국 자신들의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조직이 망가지든 말든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KB 이사회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현 KB 이사회가 고객신뢰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도덕적 해이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자진사퇴 등의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의를 한 셈"이라며 "굳이 안 해도 될 것을 이사회를 소집해 KB를 바라보는 여론만 더 악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KB 이사회가 본인들의 안건을 고수할 경우, 금융당국 뿐 아니라 윤종규 내정자 역시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LIG손해보험 인수 무산을 각오하면서까지 KB 이사회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결국 그 손해는 KB 고객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본인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게 최고 목표인 이사회에게 LIG손해보험 인수 무산에 따른 KB의 물직적·정신적 피해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라며 "결국 그 피해는 모두 KB 고객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윤종규 내정자가 단기간에 조직을 장악해 기존 사외이사들을 퇴출시키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조직과 KB의 고객들을 위한다면 이사회 스스로가 물러나는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