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정치연] 섬유·화학·신소재 시장의 라이벌 효성과 코오롱이 올 들어 나란히 수입차 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효성과 코오롱은 잇달아 수입차 판매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먼저 효성은 지난 3월 마세라티·페라리 공식 수입사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를 인수했다.

FMK는 효성의 사돈기업인 동아원그룹 계열사다. 현재 FMK는 동아원 3세 이건훈 대표와 효성 출신 김광철 대표가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조현상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최근에는 효성가 오너 3세를 비롯한 효성의 주요 임원들이 FMK의 사내이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접적으로 수입차 사업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삼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과 이상운 효성 부회장, 조용수 효성 전무는 지난달 FMK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수입차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벤츠)과 효성토요타(토요타), 더프리미엄효성(렉서스)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요 임원이 사내이사로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차가 대중화되기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수입차 판매에 나섰던 코오롱도 최근 BMW에 이어 아우디 판매권을 확보했다.

코오롱이 운영 중인 BMW 전시장 (사진=BMW코리아)
코오롱이 운영 중인 BMW 전시장 (사진=BMW코리아)
아우디의 9번째 공식 딜러사로 선정된 코오롱은 아우디의 판매와 서비스를 전담하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서울 송파와 위례 지역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코오롱이 6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은 1980년대 후반부터 BMW를 판매해 왔으며, BMW 한국법인인 BMW코리아 설립 이전에는 직접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효성과 코오롱의 수입차 사업 확대가 딜러사 간 판매 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효성과 코오롱이 수입차 업계의 '메가 딜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오롱의 수입차 사업 부문 매출은 8600억 원에 달했으며, 효성은 6000억 원에 육박했다. 올해 효성에 인수된 FMK의 지난해 매출도 1000억 원 이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대기업의 장점인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금융 프로모션 등에 나설 경우 수입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효성과 코오롱의 수입차 판매 사업 확대가 수익성 강화는 물론 양사가 추진 중인 소재 사업과도 일정 부분 연광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효성과 코오롱은 미래성장동력으로 각각 자동차 경량화 신소재와 에어백 쿠션 등을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섬유와 화학, 신소재 사업에 이어 수입차 판매 사업에서도 본격적으로 맞붙게 됐다"며 "수입차 판매 사업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직간접적인 스킨십 강화 효과는 물론 최종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읽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