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차주경]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 기능을 내장한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가 전문 영상 분야까지 세를 넓혔다.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전문 비디오 카메라가 활약하던 분야에 렌즈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가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영상 촬영에 특화된 렌즈 교환식 카메라용 시네마 렌즈도 각광 받고 있다. 시네마 렌즈는 일반 교환식 렌즈와 외관 및 기능이 다른 만큼, 특성과 용도를 잘 파악해 사용해야 한다.
시네마 렌즈, 조리개 값은 F가 아닌 T?
시네마 렌즈와 일반 교환식 렌즈의 가장 큰 차이는 조리개 값이다. 일반 교환식 렌즈는 조리개 값을 F로 표기하지만, 시네마 렌즈는 T로 표기한다. F 넘버는 렌즈의 초점 거리를 구경으로 나눈 단순 값으로, 넘버 계산 시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양'은 적용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시네마 렌즈의 T 넘버는 F 넘버를 기본으로, '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까지 고려한 수치다. 영상 촬영 시 F 넘버를 기준으로 하면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환경을 제대로 기록할 수 없다. 빛의 양이 달라지면 그만큼 영상의 밝기도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네마 렌즈는 빛의 투과율을 미리 반영한 T 넘버를 사용해 밝기를 균일하게 기록한다. F 넘버와 T 넘버는 다른 개념이다. 일반 렌즈의 F 넘버와 시네마 렌즈의 T 넘버가 같더라도 사진 및 영상의 밝기는 다를 수 있다.
소음 억제를 우선시한 기계 구조
시네마 렌즈는 일반 교환식 렌즈와 조리개 동작 방식도 다르다. 영상 촬영 시에는 일반적으로 수동 초점 기능이 쓰이는데, 이는 자동 초점 조절 시 생기는 기계음이 영상에 녹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도 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교환식 렌즈는 대부분 조리개를 자동 조절하는데, 이때 기계음이 발생하므로 영상 촬영에 적합하지 않다.
시네마 렌즈는 조리개 조절 시 소리가 나지 않는 무단 조리개를 사용하며 자동이 아닌 수동 조리개만 지원한다. 자동 조리개를 사용하면 촬영 중 노출값을 촬영자 임의로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리개 조절 단수도 일반 교환식 렌즈는 1스톱 혹은 1스텝(1/3스톱)씩 조절할 수 있지만, 시네마 렌즈는 단계 없이 조리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일반 교환식 렌즈와 시네마 렌즈는 포커스 링도 달라
시네마 렌즈는 대부분 AF(Auto Focus, 자동 초점)를 지원하지 않는다. AF 시 소음이 녹음될 수 있으며 영상을촬영할 때에는 피사체 움직임에 따라 초점을 정밀하게, 실시간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네마 렌즈의 포커스 링은 일반 교환식 렌즈보다 동작 범위가 크고 조작감도 무겁다. 그래야 화면 내에서 1mm 단위로 초점을 정확히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네마 렌즈의 포커스 링에는 일반 교환식 렌즈와 달리 톱니가 장착됐다. 이는 조작감을 높이는 동시에 액세서리인 팔로우 포커스를 장착하게 해 준다. 팔로우 포커스는 포커스 링의 크기를 키워주고 손잡이도 장착된 액세서리로, 시네마 렌즈에 장착 시 초점을 더욱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다.
시네마 렌즈, 누구에게 필요한가?
시네마 렌즈는 보통 PL, 슈퍼 35mm 등 영상 촬영 전용 카메라에 맞는 규격으로 출시된다. 영상 촬영 전용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규격에 맞는 시네마 렌즈를 구비해야 한다.
최근에는 캐논 EF 마운트를 비롯해 마이크로포서즈, 소니 E 마운트 등 일반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전용 시네마 렌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풀 HD 혹은 4k 영상 촬영 기능을 탑재한 일반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를 영상 촬영 전용 카메라 대신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급 동영상 촬영 기능을 지닌 렌즈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 사용 시, 일반 교환식 렌즈를 사용하면 밝기 조절이 어렵고 잡음이 녹음된다. 따라서 이 경우 사용할 카메라의 마운트에 맞는 전용 시네마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해상도 4k 영상 촬영 시에는 매우 작은 흔들림과 빛, 초점 변화까지 조절해주는 시네마 렌즈가 적합하다.
현재 칼 자이스, 토키나 등 해외 렌즈 제조사 및 국산 렌즈 제조사 삼양옵틱스가 렌즈 교환식 카메라용 시네마 렌즈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칼 자이스와 토키나는 DSLR 카메라용, 삼양옵틱스는 DSLR 카메라 및 미러리스 카메라용 시네마 렌즈까지 지원한다.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