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IT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 '커넥티트카(Connected Car)' 등 전장(電裝)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미국의 커넥티드카, 오디오 전문 기업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11월 14일 의결한 하만 그룹 인수 총액은 80억달러(약 9조36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하만 그룹은 전세계 오디오 시장 점유율 41%의 오디오 시장 선두 기업이며, JBL, 하만카돈(Harman/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와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 카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카오디오 등 하만 그룹의 전장 사업 부문 매출은 2015년 450억달러에서 2025년 약 1000억달러로 연평균 9%의 고속 성장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장 사업을 준비해 왔는데, 이번 하만 그룹 인수로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전장 사업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TV와 스마트폰 등 컨슈머 제품에 하만의 음향 기술을 접목하는 등 혁신적인 제품을 보다 빨리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하만 로고. /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하만 로고. /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 하만은 어떤 회사인가?

1953년, 창립자 시드니 하만에 의해 '하만카돈(harman/kardon)' 오디오 제조사로 출발한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은 현재 AKG, JBL, 하만카돈, 인피니티, 렉시콘(Lexic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레벨 (Revel) 등 16여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최고의 오디오, 인포테인먼트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세계 약 2만8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하만은 헤드폰, 스피커 등 컨슈머용 오디오 제품 외에도 극장이나 콘서트 장의 음향 장비와 자동차용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까지 음향 관련 종합 솔루션을 기업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2015년 매출 65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전세계 2만8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하만은 매출의 약 65%가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발생할 만큼 전장 사업의 강자이며,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BMW, 토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에 부품과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 조사 회사인 IHS에 따르면 자동차 음향 시장에서 하만 그룹은 2015년 34.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 IHS 캡처
시장 조사 회사인 IHS에 따르면 자동차 음향 시장에서 하만 그룹은 2015년 34.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 IHS 캡처
◆ LG전자 등 협업 관계 어떻게 되나?

삼성전자는 하만의 주주와 주요 국가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2017년 3분기까지 인수를 마무리 할 계획이며, 하만 그룹은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통, 인수합병에 따라 사업 실무에 변화가 생기려면 최소 6개월에서 10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대한민국 국내 영업을 맡고 있는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는 당분간 현재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낯익은 브랜드다. 고급 TV의 스피커 시스템과 LG전자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에 하만 이름과 기술이 사용되는 등 국내 인지도를 꾸준히 넓혀 왔다.

하만이 삼성전자의 가족으로 변신하면서 당장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LG전자 등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의 하만 음향 솔루션 향후 채택 여부다. 이 점에 대해 음향 업계는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제까지 자사 프리미엄 라인 TV와 무선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에 하만카돈(harman/kardon) 브랜드와 음향 솔루션을 사용해 타 제품 보다 음질 면에서 앞선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해 왔다.

LG전자가 TV, 음향기기, 스마트폰 등의 제품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만큼 향후 LG전자 제품에서 하만 이름이 빠지지 않겠냐는 것이 가전업계 시각이다. 최근 LG전자는 자사 스마트폰 'V20'과 'G5'에 덴마크 음향 솔루션 전문 기업 '뱅앤올룹슨(B&O)'의 기술과 노하우를 사용했다. LG전자가 발빠르게 하만과 거리두기를 실행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 하다.

하만이 보유한 B&O 기술은 자동차 오디오 솔루션 기술에 한정된다. B&O는 2015년 3월, 자사 자동차 전장 사업 부문을 하만 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LG전자는 2015년 4K UHD TV에 하만카돈 음향 솔루션을 사용한 바 있다. 이미지는 49UF851T. / LG전자 캡처
LG전자는 2015년 4K UHD TV에 하만카돈 음향 솔루션을 사용한 바 있다. 이미지는 49UF851T. / LG전자 캡처
◆ 하만 외에 다른 선택기 있나?

LG전자 등 가전 제조사에서 자사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음향 브랜드는 소비자 인지도와 기술력을 따지면 매우 한정적이다. LG전자가 하만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남겨진 선택기는 '보스(BOSE)'와 'B&O'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음향에 있어 하만의 입지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컨슈머 제품 중에 현재 하만의 음향 기술이 녹아든 제품은 '스마트폰', 'TV', '블루투스 스피커', '헤드폰/이어폰' 정도다. 이들 제품 모두를 생산하는 LG전자가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