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의 특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디지털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본질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해 촉발된 3차산업혁명이 한 단계 진전된 단계이며, 이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고 디지털의 원리가 경제와 사회의 기본이 되는 사회다. 그래서 필자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표현보다는 디지털혁명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게 미래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명칭이라고 본다. 아날로그 산업이 중심이던 사회에서 디지털 지능정보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가 어떤 원리에 움직이고 그 가치나 지향점이 뭔지, 그것에 기반해서 어떤 사회와 도시가 등장할지를 알면,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활동과 생활의 터전인 도시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생활수준 및 삶이 좋아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회가 어떻게 발전해 왔고, 디지털 특성 속에서 미래가 어떻게 나아갈지, 미래도시의 삶과 미래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디지털이라는 지식기술 시스템의 등장으로 전문성의 대중화가 가속되고 있다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을 축적, 전파하고 인지적 능력을 확산시키기 위해 우리는 글자, 인쇄술, 인터넷을 발명했고, 이런 지식기술 시스템(지식의 축적과 전파 미디어와 그 시스템)은 한 사회의 발전과 한계를 규정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사회 발전이라는 것은 생산양식의 발전이고, 생산양식은 지식기술 시스템에 기반하게 된다. 산업사회는 인쇄술에 기반한 사회이고, 지금은 디지털(인터넷)에 기반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인쇄술이 근대적 지식의 탄생화 확산을 촉진했고, 이는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인터넷)은 지식의 축적과 확산의 수준을 인쇄술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지식이 소수에게만 전달되는 필사본에 기반한 사회는 필연적으로 귀족만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귀족사회일 수밖에 없었다. 인쇄술로 지식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전달되게 됐고, 일반 대중도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이러한 지식의 폭발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인터넷)은 지식의 축적과 전파를 아날로그의 한계(시공간의 제약)를 뛰어넘어 동시성과 무한대의 세계를 열었다.

이와 같이 사회 발전의 역사는 지식 증가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으며, 소수가 독점하던 지식이 대중화되고, 전문성이 점점 대중화되는 과정을 밟아왔다고 할 수 있다. 지식이 대중화되면서, 지식의 증가 속도도 비약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이것을 전문성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다. 소수가 누렸던 전문성이 일반화, 대중화되는 추세는 4차산업혁명의 상징인 인공지능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중들의 전문성이 강화되는 사회일 것이다. 인공지능, 인지컴퓨팅의 대명사로 등장한 IBM 왓슨(Watson)의 경우 전문의보다 더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왓슨의 도움을 받으면 초보 의사나 수십년 경력의 전문의나 차별성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제는 많은 경험에 기반한 지식보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생각해내는 창의적인 사람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미래 디지털사회는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미래를 보기 위해서 과거의 변화요소를 봐야 한다.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의 노동력이 엔진으로 대체됐다. 철도가 등장하면서 경제 활동 지역이 넓어지고, 멀리서 원료를 조달해 대량생산으로 먼 곳에서 소비가 가능한 사회가 됐다. 이는 공간의 시대였으며, 공간이 확장되니까 근대 국민국가와 제국주의가 등장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것이 산업사회가 갖는 특징과 모순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전 농업사회에는 일터와 주거가 같이 있었다면 산업사회에 들어서 분리되고 그것을 교통이 연결해주게 된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는 등 모든 분야에서의 분리가 가속화된 것이 산업사회 특징이다. 분리는 다른 말로 화면 특화이면서 전문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산업사회를 발전시킨 구성요소로는 지식을 생성하는 대학, 기업과 같은 산업사회의 경제주체, 그리고 소비대중을 만든 매스컴 등이었다. 산업사회는 그 전에 귀족들이 누리던 생활상의 풍요를 대중들이 누리게 하고 부르죠아(기업가)가 주역이된 사회다.

현재 컴퓨터와 인터넷, 인공지능에 의한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2045년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온다고 한다. 슈퍼 인공지능 로봇, 기계의 능력이 사람을 넘어설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지만, 아직 누구도 장담 못하는 불확실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도 명확한 것은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고, 새로운 세계를 열 것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 기술이 갖고 있는 연결성, 자동화 등이 점점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디지털의 속성이 산업사회를 바꾸고 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이 언론이었다. 언론의 주도권이 포털로 넘어가고, 최근에는 금융에서 핀테크 등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시스템을 해체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 전체의 거버넌스 체계도 바꿀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다. 또 하나, 기존 사회가 갖고 있던 '모순, 산업사회가 갖고 있던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어떻게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란 질문이 제기된다.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희망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생산성 증가가 아니라 효율성의 증가를 추구한다. 엔진의 기술은 대량생산이지만 디지털은 물건이 아닌 시간 혹은 자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업혁명은 늘어난 인구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급, 생산의 확대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소비의 부족을 걱정해야 할 시대가 될 것이다. 산업사회의 지속적인 성장, 경제발전의 패턴에 이상 현상이 보이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라는 재화의 증가가 둔화되고 있다. 그래서 향후에는 경제발전, 성장이 멈추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것은 산업사회에서 만든 경제 지표가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와 맞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이 가져다 주는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의 소비자 효용성이 높지만 소비자는 거의 무료에 가깝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지표 상으로는 안 나타난다.

이와 같은 디지털의 기술적 특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것이다. 산업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대는 공간보다 시간의 시대다. 디지털의 상징인 컴퓨터의 핵심은 CPU다. CPU의 성능은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명령어를 실행시키는 클럭(clock)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즉, CPU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기술이다. 시간을 줄여준다는 건 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자동화, 인공지능은 사람들한테 시간적인 혜택을 가지고 올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대중이 전문가가 되는 시대다. 앞에 언급했듯이 AI(인공지능) 의사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더 정확한 암 진단 등이 가능해졌다. AI의 도움을 받아 레지던트나 전문의나 똑같이 진단할 거라면 20~30년 걸려 전문가가 되는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직업으로 전환 한다든지, 자신이 좋아하고 취미가 있는 직업을 갖는 게 쉬워질 것이다. 앞으로는 능력과 노력보다는 호기심과 적성이 더 중요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성, 적응성, 유연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생산과 소비가 통합될 미래 도시를 상상해 본다

세계의 변화를 보면 산업화, 도시화로 동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다. 세계는 선진국의 고령화/저출산과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인구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 자원의 한계 속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것인가, 기술 발달,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어떤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인가하는 큰 흐름 속에서 움직일 것이다.

이 중에서 디지털은 미래 사회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사회의 특징은 O2O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이 되고 물리적 공간이 통합되는 사회다. 디지털로 모든 게 시뮬레이션 되고, 그리고 모든 게 자동화 되면서 밸류체인(Values chain)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도국으로 나갔던 제조공장이 다시 선진국의 도시 내로 오는 현상들을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아디다스 공장이 다시 독일에서 신발 생산을 시작했다. 소비자와 밀접하게 생산하고 배송하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있는 도시 내에서 개인의 취향과 특성에 맞는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류와 공장이 통합될 것이다. 이제는 소비지인 도시 인근에 있는 자그마한 물류센터화 된 공장에서 생산해 도시에 공급할 것이다. 하나의 도시에서 여러 생산 및 소비 요소가 집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도시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동안의 산업사회가 도시와 공장, 물류를 분리시켰다면, 디지털은 다시 하나로 통합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장과 사무실 이런 개념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공장은 사라지고,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 구분도 무의미하며 원격이 가능해지면 재택근무나 공동 스마트 워크 플레이스가 주 근무 공간이 되고, 일과 놀이가 융합이 되는 공간이 많아질 것이다. 디지털 혁명 또는 4차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점점 더 작은 공간에서 융합이 확산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대도시와 중소도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향후 도시들 변화를 디지털 기업이 주도할 것이며 IT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들이 늘어날 것이다. 도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들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구글(Google)의 사이드워크 랩(Sidewalk Laps)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를 관리한는 등 교통·에너지·헬스케어 생활 영역 전반의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호주의 테슬라 타운(Tesla town)은 테슬라의 파워웰(Powerwell)을 이용한 태양광 에너지를 공유하는 도시로 건설되고 있다.

한때 미래도시는 자원절약형 압축도시가 바람직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는 표준화된 인간을 위한 도시일 수는 있지만,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의 흐름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전원도시에 대한 움직임도 있었으나, 대중화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전원도시 주변이나 안에 산업이 없어 직업, 일을 못 만들어 낸 것이 실패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공장이라는 것이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고, 자동화되고, 규모가 작아지면서 도시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원도시의 이상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가능하게 될 것이다.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이 발전되고, 여기서 일하는 인재가 있어야 한다. 프로슈머의 도시로, 생산과 소비, 직장과 주거, 일과 삶, 여가가 공존하고 걸어 다니는 도시가 미래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대도시와 특색있는 중소도시의 결합이 필요할 거다. 직주 융합도시, 공유에 기반한 공간적 구성이 도시에 많이 필요할 것이다. 즉,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도시가 향후 경쟁력 있는 도시로 등장할 것이다. 미래에는 이런 도시에 사람들이 옮겨 다니면서 살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명호는 연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IT MBA, 기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SDS 미국지사(실리콘밸리)의 컨설턴트, 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충남도립청양대학 산학협력교수 등 기업, 공공, 학계에서 IT와 관련된 일을 했다. 현재는 민간 싱크탱크인 (사)창조경제연구회 상임이사를 거쳐 (재)여시재 선임연구위원으로 디지털사회, 과학기술, 미래산업, 미래도시, 벤처, IT 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래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