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을 겨냥한 '반(反)이민' 행정 명령을 취소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수백 명의 애플 직원이 이번 행정 명령의 영향을 받았다"며 "백악관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을 찾아 애플과 미국에게 행정 명령 철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으나 구체적인 법적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팀 쿡 애플 CEO가 3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 조치에 법적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  조선일보 DB
팀 쿡 애플 CEO가 3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 조치에 법적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 조선일보 DB
쿡 CEO는 "미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이유는 이민이라는 배경과 온갖 종류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환영하는 능력과 역량 때문이다"며 "이것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 것이며, 잠시 숨을 멈추고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명령 발동 이후 애플 직원들로부터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이메일을 수차례 받았다"면서 "그들은 친구와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며 우리의 동료이자 납세자"라고 강조했다.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 서명한 직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민이 없었다면 애플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백악관에 해당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버지가 시리아 출신 이민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애플과 날을 세웠다. 하지만 대선 이후 애플과의 관계는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WSJ은 "쿡 CEO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큰 딸 이방카 트럼프와 백악관 선임고문인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식사했으며 지난 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 면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민·방미 학자·미국 영주권 보유자에 상관없이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시리아 난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비롯한 주요 미국 IT기업은 이번 행정 명령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이번 조치에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으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행정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전 세계 직원들을 아마존이 지원할 것"이라며 "법적인 옵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