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이동통신 매장은 스마트폰을 보러온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을 못 디딜 정도는 아니었지만 좁은 통로를 오가는 사람끼리 부딪치지 않기 위해 서로 어깨를 피하는 등 혼잡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번호 이동 조건으로 갤럭시S8을 10만원대에 구입했다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S8(64GB)의 출고가는 93만5000원이고 공시지원금은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13만~15만원 임을 고려하면 불법 보조금이 60만원 이상 뿌려진 셈이다.
매장 통로를 지날 때마다 업체 직원들은 "번이(번호 이동)에요, 기변(기기 변경)이에요?", "찾는 기종 있으세요?", "지금 예약하면 갤럭시S8 싸게 드립니다" 등 호객 행위를 했다. 특히, 696유지(69요금제 6개월 유지), 599 3유지(599 요금제 3개월 유지)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은어를 사용할수록 호객 행위는 더 적극적이었다. 판매 조건이 좋아지면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예약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언제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지 귀띔해 주는 판매점 직원도 있었다. 단말기유통법을 비웃기나 하듯 무법천지였다.
◆ 갤S8 얻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무한 대기...매출 늘어난 맥도날드는 '미소'
갤럭시S8 대란에 정상적으로 제품을 판매한 업체들은 고객 불만이 쏟아지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제값을 주고 갤럭시S8을 구입한 고객은 이른바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으로 전락했다며 울상이다.
반면 이번 갤럭시S8 대란으로 엉뚱한 곳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바로 신도림 테크노마트 1층에 있는 맥도날드다.
갤럭시S8 대란은 '떴다방' 식으로 진행된다. 테크노마트를 방문한 고객은 언제 가격이 내려갈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운영하는 1층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대기하는 상황이다. 갤럭시S8 대란이 터지면 바로 9층으로 올라가 갤럭시S8을 구입하고 자리를 뜬다.
테크노마트 한 매장 관계자는 "이통사의 가격 정책은 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4일 새벽에 있었던 대란 당시 출고가격이 15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며 "좋은 정책을 기다리는 손님 중 일부가 테크노마트 1층 맥도날드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는 "불법 보조금은 보통 1~2시간 정도 반짝 제공한다"며 "대란 매장을 누가 먼저 찾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