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자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충돌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1955년생 동갑으로 1년 차이를 두고 애플(1975년)과 MS(1976년)를 설립했다. 1980년대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PC)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매킨토시로, MS는 IBM이 개발한 PC 운영체제(OS) MS-도스(MS-DOS)로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에는 MS가 윈도95를 시작으로 시선을 받았고, 애플은 2000년대 아이팟과 아이폰을 선보이며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듯 각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했던 애플과 MS는 이제 분야를 넘나드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든 이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할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애플은 4월 18일(현지시각) 기존에 유료로 제공하던 문서작업 프로그램 모둠 '아이워크(iWork)'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애플 앱 스토어에서 아이무비(iMovie) 넘버스(Numbers), 키노트(Keynote), 페이지스(Pages), 개러지밴드(GarageBand) 등과 같은 문서작업 앱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아이워크는 MS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을 담은 MS 오피스와 유사한 문서작업 프로그램이다. MS오피스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대항마는 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제품 사용자는 애플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해 작성 중인 문서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아이워크는 MS오피스 및 구글 독스(Google Docs)와 경쟁하는 사무용 프로그램"이라며 "사용자들이 더이상 돈을 주고 MS 오피스와 같은 문서작업 프로그램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 전문가용 PC 시장 선두 애플, MS 쫓아오자 "신제품 내놓겠다"
테크크런치·버즈피드 등은 지난달 4일 애플이 올해 연말 전문가용 PC인 아이맥(iMac)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아이맥 출시 소식은 필 실러(Phil Schiller) 애플 마케팅 부사장 등 경영진이 직접 해당 매체 기자를 만나 "올해 말 아이맥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애플이 제품 출시 계획을 사전에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으로 외신은 "MS의 '서피스 스튜디오(Surface Studio)'를 의식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서피스 스튜디오는 서피스 펜과 서피스 다이얼이라는 액세서리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MS의 태블릿 '서피스 북'이나 '서피스 프로'처럼 전자펜으로 작업할 수 있고, 서피스 다이얼로 서피스 스튜디오 스크린 위에서 웹페이지나 그래픽 편집 등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작업을 할 수 있다.
MS가 전문가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와중에도 애플은 3년 동안 아이맥 신제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애플이 맥북 프로(MacBook Pro) 신제품을 공개했지만, 전문가가 사용하기에는 배터리 수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쉴러 부사장은 "애플은 전문가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애플은 전문가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MS가 전문가 PC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애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맥 사용자의 30%는 일주일에 한번 소프트웨어(SW) 개발·디자인과 같은 전문가용 앱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