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 엠블럼을 부착한 '트위지'를 6월 선보인다. 업계에는 삼성과 상표권 사용 계약이 만료되는 2020년을 앞두고 르노 브랜드를 단독으로 사용하기 위한 수순으로 르노 엠블럼과 기존 르노삼성차 엠블럼 혼용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차를 둘러싼 르노 브랜드 도입은 2000년 르노가 삼성자동차 인수한 이후 꾸준히 거론된 문제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수많은 논란에도 삼성이라는 브랜드 사용하면서 모든 차량에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사용한 '태풍의 눈' 엠블럼을 부착했다.

르노 엠블럼. / 르노 제공
르노 엠블럼. / 르노 제공
 
르노삼성차 엠블럼.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차 엠블럼.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 트위지·클리오까지…르노 엠블럼 사용 공식화

6월 중 스페인에서 수입해 판매되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에는 르노 엠블럼이 부착된다. 르노삼성차가 자사 엠블럼 대신 공식적으로 르노 엠블럼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하반기 프랑스에서 생산, 한국에 들여오는 르노 해치백 모델 '클리오'에도 르노삼성차 엠블럼 대신 다이아몬드 형상의 르노 엠블럼이 부착될 가능성이 크다. 르노삼성차는 4월 2017 서울모터쇼에서 르노 엠블럼을 부착한 트위지를 공개해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르노삼성차 한 관계자는 "트위지의 경우 판매가 많지 않은 초소형 전기차라는 특성상 르노 엠블럼 사용을 결정했다"며 "7월 이후 시판을 앞둔 클리오도 르노 엠블럼 부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모든 차량의 엠블럼을 르노 엠블럼으로 교체하진 않을 계획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기존대로 르노삼성차 엠블럼과 차명을 유지한다.

르노삼성차가 선보일  트위지. 르노 엠블럼을 부착해 출시된다.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차가 선보일 트위지. 르노 엠블럼을 부착해 출시된다.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 삼성 지우기 본격화?…르노삼성차도 고심 중

업계는 르노 엠블럼 사용을 두고 르노삼성차가 삼성의 이미지를 벗어나 르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르노 브랜드가 지닌 유럽차 이미지는 일부 한국 소비자가 르노삼성차 엠블럼 대신 르노 엠블럼을 직접 구매해 부착할 만큼 긍정적이다.

QM3와 SM6 등 르노 차량 기반의 신차가 한국에서 잇따라 성공하면서 르노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르노 엠블럼을 사용할 경우 2000년 이후 17년 넘게 유지된 삼성 브랜드 사용료와 르노삼성차 엠블럼 부착을 위한 모델별 디자인 변경 비용 등도 절감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의 삼성 브래드 사용 기한은 2020년이다. 2020년을 전후로 삼성과 브랜드 사용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르노 브랜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해마다 국내 매출의 0.8%를 삼성에 지불하고 있다. 2016년 르노삼성차가 삼성에 지급한 브랜드 사용료는 500여억원에 달한다.

르노삼성차가 출시를 준비 중인 클리오. 르노 엠블럼 사용이 유력하다.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차가 출시를 준비 중인 클리오. 르노 엠블럼 사용이 유력하다. /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김종권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회사명을 변경하고,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한국GM의 브랜드 안착 사례처럼 르노삼성차의 르노 브랜드 도입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보여진다"며 "르노삼성차가 지닌 르노의 이미지가 삼성의 이미지보다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도 르노 브랜드 도입 배경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차량에 르노 엠블럼을 부착할 경우 QM 시리즈나 SM 시리즈 등 인지도가 높은 기존 차명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부담도 있다. 당분간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할 차량에는 르노 엠블럼을 부착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이유다.

르노삼성차 한 관계자는 "일부 수입 판매 모델에 르노 엠블럼 사용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향후 르노 브랜드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