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가 SUV 벤테이가의 트랙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수억원을 넘는 하이엔드 럭셔리카 브랜드가 서킷에서 언론 대상 체험 행사를 갖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스포츠카가 아닌, SUV로 말이다.

벤틀리 벤테이가. / 벤틀리 제공
벤틀리 벤테이가. / 벤틀리 제공
벤틀리는 벤테이가의 트랙 행사를 두고, "벤틀리를 단순한 고급차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벤틀리 역사에서 모터스포츠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으니, 그 유전자를 토대로 만들어진 벤테이가도 충분히 서킷에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억원이라는 판매 가격에 한번 눌리고, 그 크기에 또 한번 눌린다. 벤테이가는 길이 5140㎜, 너비 1998㎜, 높이 1742㎜, 휠베이스 2995㎜의 넉넉한 크기를 갖고 있다. 이 덩치를 움직이는 것은 영국 크루(CREWE) 공장에서 제작하는 신형 W12 6.0리터 TSI 엔진이다. 세계에서 가장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12실린더 엔진은 엔진회전수 6000rpm에서 608마력의 압도적인 출력을 뿜고, 1250~4500rpm의 실용 엔진회전 영역에서 91.8㎏·m의 순발력을 발휘한다. 이를 통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4.1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보니 엔진음이 실로 웅장하다. 그러나 무식하게 나대지 않는다. 마치 클래식 교향곡의 선율이 귀를 때리는 듯 하다. 벤틀리 답다. 반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날래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음과 동시에 출발이 신속하게 이뤄지며, 움직인은 인식의 속도를 뛰어넘을 정도다.

서킷을 세바퀴 운행할 기회가 주어졌다. 첫 바퀴는 탐색전이다. 앞서가는 세이프티카 뒤로 벤테이가의 성격을 파악해 본다. 때로는 나긋나긋하게, 때로는 확실하게 코너를 채간다. 속도를 내야 할 때는 엔진이 앙칼지게 울고, 큰 몸집의 속도를 줄이는데도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무게에 따른 물리적인 한계도 얼핏 보인다.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 행사. / 벤틀리 제공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 행사. / 벤틀리 제공
벤테이가는 매우 비싼차에 속하기 때문에 애써 험한 길을 달릴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틀리 엔지니어는 모든 방면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이 차는 5개 대륙에서 진행된 주행 시험을 통해 오프로드 성능을 탁월하게 끌어올렸다. 벤테이가는 남아프리카의 흙과 자갈, 두바이의 모래언덕, 영국의 진흙밭, 노르웨이의 꽁꽁 얼은 도로를 지치며 실력을 키웠다.

이런 경험은 벤테이가 섀시가 가진 역동적 성능의 밑거름이 됐다. 이와 관련한 제어 및 주행보조장치도 꼼꼼하게 조정됐다. 벤틀리 차량 중 처음으로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가 도입됐다. 48V 시스템을 활용하는 세계 최초의 전자식 액티브 롤링 제어 기술이다.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 행사. / 벤틀리 제공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 행사. / 벤틀리 제공
서킷에서는 일반도로에서 접하기 어려운 깊은 코너를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코너를 돌 때는 물리적인 요인에 의해 차의 한쪽 방향을 위에서 누른 듯 쏠리기 마련이다. 이를 '롤링'이라고 부른다.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는 이 롤링 현상을 확연하게 억제한다. 잦은 코너에서 차를 좌우로 흔들어도 롤링이 발생하지 않는다. 포뮬러 대회에서 잔뼈가 굵은 동승 인스트럭터는 "스포츠카에서도 볼 수 없는 실력"이라고 칭찬했다.

두바퀴를 지나 점차 페이스가 오른다. 고속에서의 스티어링 반응도 날카로워진다. 서킷 연석을 밟아도 흔들림이 적다. 노면 충격을 아주 잘 흡수하는 에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단 세바퀴로 벤틀리 벤테이가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겨우 이정도 경험으로도 벤틀리 벤테이가가 어떤 차인지를 알 수 있다. 왜 서킷으로 기자들을 불렀는지 다시 생각해봤다. 순간 무릎을 탁 쳤다.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 행사. / 벤틀리 제공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 행사. / 벤틀리 제공
손길과 눈길이 닿은 실내의 모든 부분은 장인들이 직접 재단하고, 끼워 맞추며, 마감한다. 센터페시아 위의 브라이틀링 시계만 해도 가격이 상상초월이다. 시트를 감싼 가죽은 엄격한 선별을 통한 최고급 황소 가죽이다. 최고급 오디오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뛰어난 운전자보조시스템을 더했다. 이런 궁극의 고급스러움만이 지금까지의 벤틀리를 수식하는 언어였다. 서킷에서의 경험은 이 선입견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벤틀리의 품격과 성능 모두를 담은 차, 바로 벤테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