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사진·영상기자재 전시회 ‘CP+2019(Camera & Photo imaging show)’가 3일(이하 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전 세계 광학 기술·기기 관계사가 대거 참가하는 이 행사를 통해 광학 업계의 현황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CP+2019에서 공개된 차세대 광학 기기. / 제조사 제공
CP+2019에서 공개된 차세대 광학 기기. / 제조사 제공
2018년 하반기 광학 업계를 뜨겁게 달군 35㎜ 디지털카메라 유행이 이번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시그마와 니콘은 35㎜ 디지털카메라 후속 모델 개발 계획을 밝혔다. 리코이미징 펜탁스와 후지필름은 35㎜ 대신 중형 디지털카메라 연구·개발에 매진한다.

UHD·5G 시대를 앞둔 차세대 메모리 업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UHD, 가상현실 영상 등 5G 콘텐츠에 대응하기 위한 고속·대용량 미디어와 새로운 전송 규격이 속속 공개됐다.

◇ 대세는 ‘35㎜’ DSLR·미러리스·콤팩트 카메라 소식 풍성

CP+2019에는 소니, 니콘과 캐논, L 마운트 연합(시그마·파나소닉·라이카) 관계사가 대거 참석했다. 소니는 FE 135㎜ F1.8 GM을 비롯한 35㎜ 미러리스 카메라를, 니콘과 캐논 역시 각각 Z6·Z7과 EOS RP 등 35㎜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을 집중 홍보했다.

파나소닉은 35㎜ 미러리스 카메라 S1과 S1R을, 올림푸스는 마이크로포서즈 최상위 미러리스 카메라 OM-D E-M1X를 알리는 모습이었다.

시그마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 SD콰트로H. / 세기P&C 제공
시그마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 SD콰트로H. / 세기P&C 제공
이 가운데 야마키 카즈토 시그마 대표가 ‘L 마운트 35㎜ 미러리스 카메라’ 개발 계획을 CP+2019 사전 발표회에서 공개, 화제가 됐다.

시그마 L 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는 2019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센서 개발이 난항이어서 2020년으로 연기됐다. 제품명과 가격 등 상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그마 L 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에는 R·G·B 색상 화소가 3층 배열된 35㎜ 2000만화소 포비온 이미지 센서가 탑재된다. 이 이미지 센서는 6090만 상당의 고화소를 표현한다. 시그마측은 35㎜ 2000만화소 포비온 이미지 센서의 고감도 화질을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니콘 역시 Z6보다 저렴한 ‘보급형 35㎜ 미러리스 카메라’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8년 9월 니콘 임원은 광학 전문 매체 디지털카메라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보급형 35㎜ 미러리스 카메라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니콘 소식을 다루는 외신 니콘루머스는 CP+2019 현장에서 니콘 측에 문의한 결과 ‘일반 소비자용 니콘 Z 시리즈가 곧 등장한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1일 밝혔다.

펜탁스 중형 디지털카메라 645Z. / 리코이미징 제공
펜탁스 중형 디지털카메라 645Z. / 리코이미징 제공
리코이미징 펜탁스 관계자는 CP+2019 부대행사인 사진가와의 대담에서 ‘중형 디지털카메라 645Z의 후속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콤팩트 미러리스 시스템 펜탁스 Q 개발은 중단 상태로 완전히 단종한 것이 아니라고도 말했다.

자이스는 347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35㎜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ZX1’을 CP+2019에 출품했다. 이 제품에는 대형 화면과 터치 조작계, 512GB SSD와 사진 편집 프로그램 어도비 라이트룸이 탑재됐다. 고화질·비압축 사진을 촬영한 후 카메라에서 바로 현상할 수 있다.

후지필름은 APS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 X-T30과 함께, 현재 개발 중인 1억화소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GFX100MP(가칭)’의 프로토타입을 전시했다. 이 제품에 탑재된 44 x 33㎜ 중형 이미지 센서는 4K UHD 30p 영상 촬영, 센서 시프트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지원한다. 후지필름은 이 제품을 상반기 내 1만달러(1124만원)선에 판매할 예정이다.

◇ UHD·5G 시대 마중물 ‘차세대 메모리’ 용량·속도↑

CP+2019에서 35㎜ 디지털카메라만큼 주목받은 기술이 고속·고용량 ‘차세대 메모리’다. 고화질 UHD 동영상, 가상현실 콘텐츠 등 용량이 큰 사진·영상을 다룰 때 차세대 메모리는 필수다. 전송 속도가 느리고 용량도 적은 기존 메모리로는 대용량 콘텐츠를 장시간, 연속 촬영할 수 없다.

차세대 메모리는 5G 통신망과 함께 성장할 부문으로 각광받는다. UHD 영상 혹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디지털카메라에 차세대 메모리가 장착되는 덕분이다. 이 부문에서는 CF연합의 CFExpress(XQD)와 CFast, SD연합의 SDUC메모리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CFExpress와 CFast는 방송용 카메라를 비롯한 전문 영상 촬영 기기에서, SDUC메모리는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 등 소형·개인용 기기에서 주로 쓰인다. CP+2019가 열릴 즈음 양 연합은 나란히 차세대 메모리의 새로운 속도·용량 기준, 대용량 차세대 메모리를 공개했다.

SD메모리 규격별 성능 비교 사진. / SD연합 제공
SD메모리 규격별 성능 비교 사진. / SD연합 제공
SD연합이 앞서 25일, 차세대 마이크로SD 규격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를 공개했다. 고속 전송 규격을 새로 도입, 전송 속도를 현존 UHS-II의 세배인 985MB/s로 끌어올렸다. 용량도 최대 128TB로 늘렸다. 단,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는 기존 마이크로SD UHS-III 이전 메모리 슬롯과 호환되지 않는다.

이어 CF연합이 27일 차세대 CFexpress 규격 ‘CFexpress 2.0’을 발표했다. CFexpress 2.0은 크기에 따라 A·B·C형으로 나뉜다. 가장 작은 A형은 20 x 28 x 2.8㎜이며, B형은 현재 CFexpress와 같은 38.5 x 29.8 x 3.8㎜다. C형의 크기는 54 x 74 x 4.8㎜다.

CFexpress 2.0 성능표. / CF연합 제공
CFexpress 2.0 성능표. / CF연합 제공
CFexpress 2.0 메모리는 크기에 따라 전송 속도와 용량 한계가 다르다. A형은 1GB/s, B형은 2GB/s, C형은 4GB/s 최고 전송 속도를 각각 나타낸다. 최고 용량은 밝혀지지 않았다. CF연합은 CFexpress 2.0의 크기를 분화, 영상 촬영 기기뿐 아니라 서버나 라우터 부문 등 SSD가 쓰이는 시장에 고속·대용량 메모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웨스턴디지털과 렉사는 나란히 1TB 용량 마이크로SDXC 메모리를, 소니는 1TB CFexpress 2.0 메모리를 각각 CP+2019에 출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