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인기가 높다. 시장이 커지니 제품이 다양해진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다. 대형 SUV가 이런 흐름에 특히 수혜를 본다. 제조사들이 앞다퉈 한 덩치 하는 SUV들을 내놓는 이유다.

캐딜락은 ‘크고 편한 차’를 잘 이해하는 브랜드다. 고급밴 에스컬레이드가 캐딜락 제품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에스컬레이드는 기업에서 임원 의전용이나 연예인 활동용차로 선호도 높은 고급밴의 대명사다. 캐딜락은 XT6를 "모든 좌석에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차"란 설명을 내놨다. 이들의 자신감을 서울 강남과 경기도 남양 일대에서 확인해봤다.

캐딜락, 100년 넘은 미국 대표 고급 자동차 브랜드
파격적 디자인과 신기술 ‘‘아트 & 사이언스’ 강조

캐딜락을 표현하는 수식어 중 ‘아트 & 사이언스(Art & Science)’라는 표현이 있다. 1902년 탄생한 캐딜락이 고루한 인상을 벗고 디자인과 기술면에서 혁신을 추구한 증거다. XT6 역시 과감한 디자인과 신기술이 고급차 특유의 상품구성에 잘 녹아있다.

손과 몸이 닿는 곳은 어김 없이 고급가죽으로 꼼꼼하게 감쌌다. 시각은 물론 촉각으로도 고급감을 전달한다. 대시보드 마감재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후방 룸미러는 거울 속에 디스플레이를 품었다. 다양한 기능을 담은 8인치 디스플레이, 전자식 기어레버 등도 눈에 띈다.

국산차도 1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를 속속 적용한다.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에 8인치 화면은 너무 단촐해 보인다. 그러나 기존 캐딜락보다 터치 반응속도가 빠르고. 하단에 공조장치 조작기능을 배치하는 등 개선점도 확실하다. 향후 적용될 38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기대된다.

리어 카메라 미러는 캐딜락의 ‘킬러 콘텐츠'다. HD급 화질의 후방 카메라가 룸미러에 실시간으로 차 주변 상황을 비춘다. 일반 거울형 룸미러보다 사각지대가 줄일 수 있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다른 캐딜락들과 달리 후방카메라 위치를 높였다. SUV의 큰 키와 어우러지니 후방 시야가 한층 넓어진다.

캐딜락은 진동으로 각종 경고를 알리는 햅틱 기능을 적극 사용한다. 보행자 감지 긴급 제동, 전방 충돌 경고, 차선이탈 경고 등 안전기능과 궁합이 좋다. 앞차와 간격이 너무 좁아지거나, 방향지시등 켜지 않고 차선을 밟을 것 같으면 시트가 ‘부르르' 떨리며 운전자에게 경고를 알린다.

‘나이트 비전'도 XT6의 강점 중 하나다. 야간, 악천후, 터널 등 전방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활성화된다. 적외선 센서와 카메라가 작동, 운전자가 놓치기 쉬운 보행자나 앞차 등의 정보를 클러스터 중앙 모니터에 띄운다. 오토램프와 연계해 자동으로 작동해 편리하다.

이밖에 실내 음향은 14 스피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책임진다. 명료한 음질은 물론 외부소음을 역위상 음파로 상쇄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포함한다. 2열과 3열에 각각 2개의 USB 포트를 배치하고, 운전석 암레스트에 15W 무선충전 패드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햇빛 쨍쨍한 한낮에도 선명하게 잘 보인다.

3.6 가솔린 자연흡기, 기술로 효율 끌어올려

XT6의 심장은 V6 3.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다. 여기에 자동 9단 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0㎏‧m을 내는 조합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리터당 8.3 ㎞다.
자동차 애호가들은 운전의 즐거움은 단연 자연흡기 엔진이 더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연기관 퇴출까지 언급되는 요즘이다. 기름을 태우려면 과급기(터보)의 도움을 받는 ‘다운사이징' 엔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V6 3.6리터 자연흡기는 캐딜락을 품은 GM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다. 10종 이상의 서로 다른 3.6리터 엔진을 운용할 정도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은 ‘기름 먹는 하마'로 비유되곤 한다. 효율이 극단적으로 낮아서다. 캐딜락은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라는 마법을 부렸다. 정속주행 등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엔진 실린더 6개 중 4개만 사용, 기름을 덜 태우는 기술이다.

덕분에 XT6는 죄책감 없이 자연흡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XT6의 레드존은 7000rpm부터 시작한다. 도로상황이 허락한다면 6000rpm 이상 고회전 질감을 쉽게 즐길 수 있다. 없는 힘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여유로운 엔진 회전질감은 후련함까지 준다.

9단 변속기는 자연흡기 엔진과 궁합이 좋다. 변속반응이 빠르다. 효율은 높이고. 주행감은 경쾌하다. 여기에 주행모드도 독특하다. XT6의 구동방식은 전륜 기반 사륜구동(AWD)이다. 일반 ‘투어' 모드에서는 앞바퀴만 굴려 효율을 높인다. 이후 AWD나 스포츠, 오프로드 등 모드를 바꾸면 네 개의 바퀴에 토크를 배분한다.

서스펜션 세팅도 훌륭하다. ‘퍼포먼스 서스펜션'이란 이름인데, 미국차 특유의 여유로움과 빠릿빠릿한 역동성이 공존한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노면이 거친 구간을 통과할 때 느낌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러면서 큰 덩치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잘 따라온다. 큰 차지만 운전피로가 적고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북미산 수입차의 반격 시작되나

캐딜락은 대한제국 시대 고종과 순조의 어차로 쓰였을 정도로 우리나라와 연이 깊다. 그러나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는 독일산과 일본산에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만듦새와 주행성향 등이 한국소비자들의 취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미국 자동차 브랜드, 특히 캐딜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XT6를 필두로 올해만 신차 5종을 한국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행보다. XT6가 제네시스 GV80, 렉서스 RX, 폭스바겐 투아렉, BMW X7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경쟁자들과 맞서 선전할지 기대된다. 가격은 834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