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모십니다"…블록체인 업계 개발자 모시기 나서
지급결제·해외송금 내부 실험…금융 혁신 시도

현대카드가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 혁신을 꾀하기 위한 실험에 나섰다. 지급결제와 해외송금 등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금융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인재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꾀하면서도 효율성과 안전성을 보다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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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개발자 모셔요"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블록체인 개발자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우수한 인재를 구하기 위해 헤드헌팅 회사를 이용하거나 전문 경력직 채용 포털에서 후보자를 찾는 등 단순히 채용 공고를 올린 뒤 지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유능한 개발자 발굴에 나섰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카드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며 "직무수행 기술로 솔리디티와 하이퍼레져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솔리디티는 이더리움에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블록체인 기반으로 금융 거래와 부동산 계약, 공증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것)을 코딩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에서 주관하는 블록체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금융, 물류, 제조 등 여러 산업에 걸쳐 이용 가능한 블록체인이 목표다.

오퍼를 받은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것을 구현하기 위해 채용을 실시한다는 세부적인 얘기는 없었다"면서도 "직무수행 요구사항이 지난해 제기된 요구사항보다 더 구체화됐다는 평가는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혁신, 지급결제 등 다양

현대카드가 블록체인 개발 인재에 적극 나선 이유는 ‘금융 혁신’을 실현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그간 국내 카드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시장을 선점키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카드사가 특히 눈여겨 보는 부분은 ‘지급결제’와 ‘해외송금’ 영역이다. 지급결제만 해도 앞서 2018년 신한카드는 블록체인 업체와 제휴해 자체 지급결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개념검증(PoC, 상용화하기 전 기술의 사용성과 안전성을 사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카드사용정보 위조, 문제 발생시 과정 추적 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외송금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시 비용절감(수수료)과 빠른 속도, 효율성 증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예컨대 통상 3일이 걸리는 태국 해외송금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시간이 10분 내로 단축된다. 수수료도 80% 이상 아낄 수 있다는게 업계 전언이다.

현대카드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해외송금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것으로 안다"며 "다만 해외송금은 당국 허가가 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기에 회사 내부에서 이것저것 실험해보며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블록체인에 집중한 시기는 2017년이다. 당시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로그인 절차를 간소화한 ‘통합 로그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내 카드사 중 블록체인 기술을 사업단에 적용한 사례로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현대카드는 대기업 위주로 형성된 디지털신원증명(DID) 연합 ‘이니셜’에도 참여 중이다. 이니셜은 사용자 단말기에서 다양한 증명서를 원스톱으로 발급받아 저장하고, 필요시 수취 기관에 직접 제출해 위·변조를 검증하는 서비스다. 현재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코스콤·KB국민은행·현대카드 등이 참여 중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해외송금은 국내 규제 이슈로 현재 회사에선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다"라면서도 "블록체인 사업은 디지털신원증명(DID)을 비롯해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