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 철수 아닌 통합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일본 배달시장 진출 5개월만에 사업을 접는다. 우아한형제들 현지 법인은 딜리버리히어로재팬에 흡수 통합된다. 배민은 일본 현지에서 ‘반값버거' 등 과감한 마케팅을 펼친 덕에 현지 소비자들 사이서는 서비스 종료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배달업계는 배민 일본사업 통폐합이 모기업 ‘우아DH아시아' 설립에 따른 아시아 시장 새판짜기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일본판 배민 ‘푸드네코' 배달 파트너. / 우아한형제들재팬
일본판 배민 ‘푸드네코' 배달 파트너. / 우아한형제들재팬
우아한형제들 일본법인은 최근 일본판 배민 서비스인 ‘푸드네코(FOODNEKO)’를 4월27일부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12월 8일 상륙해 5개월만에 일본 배달시장에서 발을 빼는 셈이다.

일본판 배민 푸드네코는 빠른배달과 올바른 라이더 매너교육, 과감한 쿠폰 공세로 현지 배달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현지 버거킹과 협업해 진행한 ‘반값버거', ‘배송비 무료'가 인기를 끌었다.

우아한형제들은 푸드네코 사업 종료가 일본시장 철수가 아닌 브랜드 통합이란 입장이다. 회사에 따르면 일본판 배민 푸드네코 서비스는 딜리버리히어로재팬이 운영하던 ‘푸드판다(foodpanda)’에 통합된다. 이와 동시에 우아한형제들 일본법인도 딜리버리히어로재팬에 흡수합병된다.

푸드판다는 2012년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음식배달 플랫폼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배달업계 1위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게 인수합병됐다. 현재 싱가포르,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대만, 필리핀, 방글라데시,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국가 300개 이상 도시에 진출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푸드네코 서비스 흡수합병이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이제 막 진출한 서비스가 현지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브랜드 통폐합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배달업계는 네이버 라인이 투자한 ‘데마에칸(出前館)’과 미국에서 온 ‘우버이츠(Uber Eats)’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NPD재팬에 따르면 일본 음식배달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084억엔(4조2046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됐던 2020년 5월, 현지 배달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5%라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현지 외식업계는 일본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식당에서 음식을 직접 먹고자하는 수요가 배달수요 보다 더 높은 편이다. NPD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외식 시장을 100으로 놓고 볼때 2020년 2월 기준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이트 인' 매출은 83%인 반면, 테이크아웃과 배달 매출은 17%에 불과하다. 그만큼 향후 현지 배달시장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아한형제들이 현지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에 참여한 이유다.

‘푸드네코' 배달 파트너. / 우아한형제들재팬
‘푸드네코' 배달 파트너. / 우아한형제들재팬
배달 플랫폼 업계는 이번 일본판 배민 서비스 통폐합이 3월 문을 연 ‘우아DH아시아' 설립과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다.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 배달 시장 패권 장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회사는 한국에서 배민 성공신화를 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진두지휘한다. 김봉진 의장은 우아DH아시아 지분 45%를 보유했다. 참고로 딜리버리히어로 아시아 시장 매출은 전체 글로벌 매출의 31%를 차지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위치한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산하 모든 배달 플랫폼의 모기업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의 우아한형제들은 물론, 일본의 딜리버리히어로재팬도 우아DH아시아 자회사로 편입된다.

20일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서비스 통폐합은 우아DH아시아의 새판짜기 일환으로 보인다"며 " 우아DH아시아를 주축으로 각 시장별로 우세한 브랜드에 힘을 싣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베트남 배달 플랫폼인 ‘배민(BAEMIN)’은 그대로 운영될 전망이다. 해당 서비스는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에서 배달업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