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완성차 기업이 2022년 레저용·패밀리카 출시·인도에 잇달아 나선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증가한 국내 캠핑·아웃도어 차량 경쟁도 한 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GM은 27일 쉐보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의 국내 인도를 4월 중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타호는 차박·캠핑 등 다양한 아웃도어 수요를 겨냥해 만들어진 대형급 차량이다.

한국GM이 4월 중 고객 인도를 실시하는 플래그십 SUV 타호 / 쉐보레
한국GM이 4월 중 고객 인도를 실시하는 플래그십 SUV 타호 / 쉐보레
타호의 국내 출시 가격은 9253만원(개소세 3.5%인하 적용)이다. 선택 가능 모델이 1개에 가격도 9000만원대 고가로 아쉽지만, 기본 사양과 더불어 확실한 캠핑·레저용 옵션을 보유했다. 2·3열을 접을 경우, 최대 3480리터(ℓ) 적재 공간이 생긴다. 덕분에 휠베이스 3071㎜에 비례한 넓은 실내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차박부터 캠핑 장비 적재 등에 안성맞춤이다.

한국GM은 타호 외에도 대형급 픽업트럭인 ‘시에라’의 2022년내 국내 출시도 서두르고 있다. 시에라는 GMC의 플래그십 픽업트럭이다. GMC는 GM의 프리미엄 SUV·상용차 브랜드다. 보급형 브랜드 쉐보레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픽업트럭, SUV를 표방한다.

업계는 한국GM의 ‘GMC’ 브랜드 론칭과 시에라 출시 목적을 국내 프리미엄 레저·패밀리카 시장 공략을 위한 것으로 본다. 쉐보레가 이미 국내 시장에 존재함에도, 같은 차급의 쉐보레 픽업트럭인 실버라도 대신 일부러 GMC 브랜드를 국내 론칭하며 시에라를 출시한 것이 증거로 꼽힌다. 시에라는 프리미엄을 표방하지만, ‘실버라도’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다.

GMC 브랜드의 플래그십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 GMC
GMC 브랜드의 플래그십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 GMC
미국에서 GM과 경쟁구도를 형성한 ‘포드’도 4월 중으로 브롱코의 국내 인도를 준비중이다. 브롱코는 3월초 국내 정식 출시됐다. 중형~준대형급 SUV로 비슷한 시기 인도되는 타호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 출시 가격이 6900만원으로 경쟁 차량 대비 저렴하다.

특히 브롱코는 1996년 단종 이후 24년만에 신규 모델을 출시해 공개 전부터 국내외 오프로더·캠핑 마니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시장에서도 브롱코 사전예약 대수가 12만대를 돌파하는 등 높은 사전 예약 열기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포드 코리아에서 진행했던 브롱코 국내 사전 예약 역시 판매 흥행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포드 코리아에서 브롱코의 국내 사전 예약 대수에 대한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3월초 진행된 공개 행사 당시, 포드 코리아 측에서 국내 사전 예약 기간 중 상당히 높은 인기와 예약 대수를 기록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포드 코리아에서 3월초 국내 공개한 브롱코 / 포드 코리아
포드 코리아에서 3월초 국내 공개한 브롱코 / 포드 코리아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대형 프리미엄 SUV·픽업트럭 난입으로, 국내 완성차 시장의 대형 차박·캠핑용 차량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미 현대차·기아의 팰리세이드·카니발 등 대형 SUV와 MPV(다목적차량), 레저·오프로드 차량 전문인 지프의 랭글러·글래디에이터(픽업트럭) 등이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높아진 대형 차박·캠핑용 차량에 대한 관심이 계속 유지될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2020년초 두드러진 차박·캠핑 인구의 증가가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컸던 만큼, 거리두기 완화나 해외여행 수요 회복 시 관심도가 지금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 탓이다.

대형 SUV·픽업트럭 등이 현재의 탄소저감 추세와 부합하지 않는 것도 불안요소다. 높은 차급에 비례해 배기량도 높아지는 만큼, 전기차 등과 비교하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타호나 브롱코의 배기량은 각각 6162㏄와 2699㏄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증가한 차박·캠핑 인구를 겨냥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대형급 SUV·픽업트럭이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레저 외 패밀리카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조속한 전동화 전환 계획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