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과학’은 우리 주변과 옆집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하고 다양한 현상에 담긴 과학 원리를 소개합니다.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일상 속에 숨겨진 과학은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우리가 일상속에서 음식물을 조리하는 것은 매우 과학적인 행동 중 하나다. 물리와 화학 등 다양한 과학원리로 변화하는 재료와 음식들은 우리에게 매번 색다른 경험과 맛을 선물한다. 우리가 식사를 만들고 끼니를 때우면서 매번 무심코 지나쳤던 지나쳤던 순간에도, 숨은 과학원리는 우리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주변 대기 환경에 따라 익힘 정도가 달라지는 솥밥 / 픽사베이
주변 대기 환경에 따라 익힘 정도가 달라지는 솥밥 / 픽사베이
흰쌀, 잡곡 등을 물에 불린 후 호화시켜 만드는 ‘밥’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주식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과거보다 선호도는 낮아졌지만, 밥은 여전히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문화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음식이다.

취향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잘 지은 밥’은 적당한 호화로 윤기와 찰기를 머금은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압력솥의 보급으로 가정에서 잘 지은 밥을 간편히 만들 수 있지만, 야외에서 냄비 등으로 짓는 ‘솥밥’을 잘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높은 산에 위치한 캠핑장이나 장기 등산 중 사용하는 대피소 등에서는 유독 설익은 밥이 만들어진다.

높은 곳에서 평소와 다르게 설익은 밥이 자주 만들어지는 것은 공기의 압력인 ‘기압’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기압은 고도가 높아질 수록 낮아지는데, 해발고도 0m인 평지의 기압을 1이라고 했을 때, 1000m쯤에 위치한 곳의 기압은 0.88쯤으로 떨어진다. 기압이 떨어지면 끓는 점도 낮아져 1000m쯤에서는 끓는 점이 97℃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끓는 점이 낮아진 만큼 물은 100℃보다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기화된다. 이런 경우 평지와 똑같은 방법으로 밥을 짓게 되면 물은 끓는 점을 이미 지나 수증기로 날아가고, 쌀은 온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설익게 된다. 등반가들이 고지대를 탐험할 때 휴대용 압력솥을 가지고 다니거나, 솥밥을 만들때 물을 더 많이 붓고 뚜껑 위에 돌을 올리는 이유도 이런 기압차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이다.

개수에 따라 넣는 물의 양이 점점 적어지는 라면 / 픽사베이
개수에 따라 넣는 물의 양이 점점 적어지는 라면 / 픽사베이
한국인의 식탁에서 밥만큼 자주 오르는 ‘라면’에도 숨은 세세한 과학이 있다. 일반적으로 라면은 1봉지를 끓일 때 물의 양이 500㎖로 권장된다. 이 때문에 흔히 라면 2봉지를 끓일 때는 물의 양을 기존의 500㎖에 비례해, 물도 2배를 넣어 1ℓ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라면의 개수에 맞춰 물의 양도 함께 배수를 하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심하고 밍밍한 라면을 맛보게 된다. 물의 양이 비례해야 간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라면 2개에 맞는 물의 양은 900㎖ 정도, 라면 3개에 맞는 물의양은 1400㎖쯤이기 때문이다. 라면의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1개 당 필요한 물의 적정량은 줄어드는 셈이다.

라면을 많이 조리할수록 물의 양이 줄어드는 이유는 증발 현상과 관계가 있다. 라면을 1개만 끓이는 경우는 물의 높이가 낮다. 따라서 물의 양 대비 접촉하는 면적이 많아 증발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물의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접촉하는 면적의 비중은 양에 비례해 감소한다. 면적이 적은 만큼 증발량도 상대적으로 적게 되고, 조리 완료후 남는 라면 개수당 물도 더 많아지게 된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