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KDB산업은행에서 상반기에만 30명이 퇴사했다고 한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제외한 수치로 연평균 퇴사자가 40명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이 중에는 입사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주니어급 인력도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이례적인 후배들의 퇴사 소식에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산업은행은 금융공기업 가운데서도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곳이다. 준비기간만 해도 1~2년은 예사로 걸리고 고학력·전문직 신규 입사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부산 이전 이슈가 해당 직원들의 퇴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해석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산업은행의 부산행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퇴사를 결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방 이전에 따른 산업은행 위상저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주니어급 인력의 퇴사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의도에서는 '금융회사 면접장에 산업은행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는 얘기도 돈다. 당장 퇴사를 하지 않더라도 새 앞날을 고민하는 내부 직원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말 부산 이전에 실망한 인재들이 산업은행을 그만 두려는 것일까. 산업은행의 부산행은 적어도 4~5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아직 시간이 더 남아있고, 그 사이 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도 많아 변수들이 여전하다.

부산 이전보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주요 이유는 강석훈 산업은행장의 불통이라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최근 산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산에 위치한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에 일부 직원들을 먼저 내려보낼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등 이전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확산 중이라 한다. 내부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뜩이나 생활 터전을 옮겨가야할 처지에 있는 구성원들이 확인도 되지 않는 얘기들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부산에 내려가는 것이 정부 정책상 어쩔 수 없다면 리더가 내부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의 문제에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주거문제에서부터 재택·원격 근무제도의 확대활용 방안, 자녀교육 문제 등 현실적으로 그들이 마주하게 될 상황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부산 소재 산업은행'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전 방식과 시기 등 어느것도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데 취임 50일을 맞은 강석훈 회장은 이렇다할 말이 없다. 리더의 소통 부족까지 겹쳐지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먼저 뛰어내리겠다며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탈출에 나선 것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세워 온 공공기관 지방계획의 핵심 안건인 만큼, 강 회장이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터이다. 강 회장은 6월 취임 직후 소통위원회를 구성,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부산 이전을 전제한 일방적인 태도에 노조 측은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쌍용자동차 매각 문제를 비롯해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달 '비상경제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자금조달 및 자금공급 상황과 기업 경영 정상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은행 손익 및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 경제의 위기도 위기지만, 기업 리스크 관리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내부 불통에 따른 경쟁력 위기도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공준호 junok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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