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어떤 코인을 사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구체적으로 콕 집어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 사기 적당한 수준인가요?’라고 묻는 사람도 많다. 질문의 취지는 잘 안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높으니 적절한 코인을 낮은 가격에 사서 흐름을 잘 타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 답을 모른다. 가상자산 가격 예측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사는 것도 어렵지만 잘 파는 건 더 어렵다.

가격에 대한 조언을 하기는 어렵지만 업계의 변화를 6년째 겪으면서 나름대로 깨달은 요령은 하나 있다. 처음 보는 새로운 뭔가가 나왔는데, 한참 봐도 잘 이해가 안 가고 ‘저게 도대체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건 반드시 그날 바로 체험해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내게는 2020년의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과 2021년의 대체불가토큰(NFT)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는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 후, 1년새 75배나 성장했다. NFT 역시 시장이 만들어지고 1년 만에 100배 넘게 컸다. 특히 NFT는 영국의 유명 영어사전 출판사 콜린스가 선정한 2021년 올해의 단어가 될 정도로 깊은 반향을 남겼다. 디파이와 NFT가 성공하자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 설명해달라는 국내 언론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일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디파이, NFT가 처음 뜰때만 해도 이게 이렇게까지 잘 될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잘 모르면 꼭 써보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행한다는 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사내 복지 일환으로 직원들이 가상자산 서비스를 체험할때 들어가는 비용을 월 10만원 이내로 회사가 부담한다. 그렇게 해도 잘 안한다. 코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상자산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는 이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답답한 마음에 가끔 직원들과 여담으로 ‘지금이 꼭 스마트폰이 막 생기던 2010년 즈음 같다’는 감상을 전하곤 한다. 요즘 20대, 30대는 잘 기억하지 못 할수도 있지만 그때도 ‘2G 핸드폰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왜 스마트폰을 써야 하느냐’는 사용자들이 있었다.

당시 20대였던 나는 스마트폰이 미래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새로운 문물을 좋아하는 젊은 마음에 애플의 스마트폰을 열심히 썼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채 안 되어, 2G 주파수를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모두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경험들을 체로 쳐내면 남는 교훈은 역시 하나다. IT 분야에서 뭔가 새로운 게 나오면 경험해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요즘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NFT 다음 타자가 무엇이냐는 화두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떠오른 것은 소울바운드토큰(Soulbound Token, SBT)이라는 물건이다. SBT는 NFT처럼 고유성을 가지는 디지털 토큰이지만 일단 발행한 후에는 타인에게 증여하거나 거래할 수 없고, 내 전자지갑에 귀속되는 특성이 있어 일종의 인증서처럼 사용 가능하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최근 이 토큰의 활용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NFT 투자에 익숙한 사람들은 남에게 줄수도 없고, 팔수도 없는 SBT가 어떻게 NFT처럼 커다란 열풍을 만들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다만 SBT는 실물 경제와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관공서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그 사람이 누군지 식별할 수 있고, 지금은 그냥 휘발되어 버리는 각종 사회 활동을 계량해서 자산화할 수 있다. 전자지갑과 연계된 모든 소비 활동에서 자신의 구매 데이터를 제값 받고 팔 수도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불가능했던 무담보 대출도 가능해진다. 블록체인 게임을 만들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을 필두로 SBT를 이용해 가상자산 업계로 한 발 걸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다.

무슨 코인을 사면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런 설명을 하면 성격 급한 이들은 답답해 한다. 얼른 종목 이름이나 말해 달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질문에 답하기는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의 과실을 제대로 맛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유행을 타기 시작한, 주목받는 최신 서비스들을 직접 써보기를 추천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다음 기회가 있다면 아마도 그 곳에 있을 것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 paul.kim@blitz-labs.x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