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NH투자증권이 새로운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으로 IPO 명가 부활에 시동을 걸지 주목된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컬리와 골프존카운티가 주관 상장 예비심사 결과 요건을 충족해 상장에 적격하다고 밝혔다. 컬리는 지난 3월 28일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에, 골프존카운티는 4월 22일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4개월 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첫 번째 문턱을 넘었다.

NH투자증권은 컬리와 골프존카운티의 대표주관사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컬리는 한국투자증권, JP모건과 함께 주관하고 골프존카운티는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로 함께한다.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대어급 기업 두 곳을 함께 주관하면서 IPO 명가 명예회복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올해 NH투자증권이 주관한 IPO는 6건으로 공모규모는 293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기업 역시 6곳이지만 공모규모는 3조2652억원으로 10배 넘게 차이가 난다.

지난해에는 롯데렌탈, SD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케이카 등 4곳의 유가증권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며 주관실적을 쌓았다. 케이카를 제외한 3곳을 1~8월 중 주관했고 3개 기업의 공모규모의 합만 3조1190억원이다.

반면 올해 주관한 기업 중 공모금액이 1000억원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지난 6월 17일 상장한 범한퓨얼셀(854억원)과 에이치피에스피(750억원)을 제외한 4개 기업이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딜이다.

기업공개 주관 실적 순위 역시 내리막이다. 2019년 1위, 2020년과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NH투자증권의 올해 순위는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은 4위다.

이에 인수수수료 역시 줄었다. 이날까지 상장을 완료한 6개 기업으로부터 받은 인수수수료는 95억원이다. 에이치피에스피에서 22억8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으며 가장 큰 금액을 벌었다. 전년 동기(8월 말 기준) 155억원과 비교하면 38.8%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장이 예정돼 있던 기업들이 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상장을 철회한 것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의 대표주관을 맡고 있었지만, 이들 모두 상장을 철회했다. 공모규모(밴드 상단 기준)는 SK쉴더스 1조516억원, 원스토어 2777억원이었다. 예비심사를 통과했던 현대오일뱅크는 10조원 수준의 몸값이 거론되고 있었다.

다만 올해 IPO 시장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컬리와 골프존카운티의 상장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요소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회사는 6개월 내에 공모를 완료해야 한다. 지난 22일 결과가 확정된 컬리와 골프존카운티는 내년 2월까지만 공모를 진행하면 된다.

시장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몸값을 책정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컬리의 경우 적자를 기록 중이기 때문에 최근의 시장 환경을 볼 때 투심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골프존카운티 역시 FI의 구주매출이 있을 경우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시장 상황이 회복된 후 공모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