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희망을 불어넣어줬다면, 지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약은 존재하는 의아할 뿐이다. 정부가 이미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손을 땠다는 느낌도 든다."

업계 관계자가 본지 기자에게 던진 이 같은 발언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 육성 방안의 이정표를 보여주는 듯 하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제약바이오강국 실현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혁신위)’ 설치 ▲백신주권, 글로벌 허브 구축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제약바이오주권 확립 ▲제약바이오산업 핵심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생태계 조성을 통한 제약바이오강국 실현 등 그간 업계의 숙원을 해결해 주겠다 공헌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바이오헬스 거버넌스 강화 ▲혁신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 메가펀드 조성 ▲제약바이오 핵심인력 양성, 바이오헬스 특화 규제 샌드박스 운영 ▲글로벌 바이오캠퍼스 조성 등 혁신위 구성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공개하며 정책 실현이 현실화 될 것을 시사했다.

보건산업진흥원도 최근 ‘바이오헬스 혁신 거버넌스 비교분석 연구’를 통해 부처보다 상위 수준의 거버넌스 조정-조율체계 구축, 바이오헬스 혁신 생태계 전주기 관점 거버넌스 체계 구축, 예산 중심 행정관리체계 개선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분절적 거버넌스 체계로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해 매몰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혁신위 설치의 꿈은 점점 정부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국무총리, 정부 부처 위원회 629개 중 30% 이상 정비를 추진하는 한편, 대통령 소속 위원회 20개, 총리 소속 60개, 나머지 549개에 달하는 위원회 중 30~50%가량의 위원회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60~7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설립 가능성은 점차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버린 상태다.

정부가 약속한 메가펀드도 당초 제시된 금액보다 부족한 예산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1조원을 편성키로 한 ‘K-바이오 백신 펀드’의 내년 예산을 100억원으로 편성했다.

앞서 복지부는 2개 펀드에 각 500억원씩 1000억원을 출자한 후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민간 자본 3000억원, 합쳐 5000억원을 구성해 백신 개발에 나서는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내년에는 책정된 100억원과 기존 펀드 수익금 100억원, 국책은행이 200억원 출자, 민간 600억 투자를 더해 1000억원에 해당하는 백신 펀드가 조성될 계획이다. 즉 2년간 펀드 금액은 최대 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변화는 업계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 산업계를 위한 지원 의지가 정말 있는지 의심까지 들게 할 정도다.

바이오 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기존 펀드 금액마저도 수많은 바이오기업들이 나눈다고 가정할 때, 천문학적으로 비싸진 임상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그 금액마저 축소됐다는 소식은 청천병력같다"며 "당연히 아예 안하는 것 보다 고마운 일이지만, 초기에 정부가 공헌한 정책과 의지와는 여실히 다르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례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는 2조원의 투자를 받으며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했다. 이에 반해 국내 정부는 2020~2022년 코로나19 기간 동안 코로나 백신 개발에 2575억원, 치료제에 1552억원만 투자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반짝 흥행을 기록한 진단키트와 의약품 등 코로나19 관련 제품들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원부자재 수급 불안정과 가격 인상이 업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업계 사정은 힘들어져만 가는데 정부는 ‘희망찬 미래’라는 바람만 불어 넣고 뒤에서는 현 상태만 유지하자 식의 의지만 내비치는 꼴이다.

정부와 윤 대통령의 희망찬 미래를 듣고 "올해는 다르겠지"라며 꿈을 꾼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올해도 역시나"라며 매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일어나는 ‘일장춘몽’이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