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점주 A씨는 날마다 쌓이는 택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점포 앞에 방치된 택배가 비에 젖어 소비자와 마찰도 빚었다. 점포가 좁기 때문에 택배기사가 하루, 이틀 내엔 수거해갈 줄 알았는데 주말이 지나도 수거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A씨는 "택배는 편의점 공통으로 당연히 운영해야 하는 서비스가 됐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택배기사가 수거해가지 않은 건데 욕은 점주가 먹으니 답답할 따름이다"라고 호소했다.

# 또 다른 편의점 점주 B씨도 점포 내 창고 가득 택배가 쌓이고 있다. 택배를 맡겨놓은 소비자들이 택배를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자와 같이 크기가 큰 물품일 경우에는 보관도 골치였다. 택배를 수령하러 온 한 소비자는 B씨가 물품을 찾는 데 오래 걸리자 "잃어버린 것 아니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B씨는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점주가 죄인이 되는 느낌이다"라며 "택배를 접수하러 왔다가 담배라도 사가는 손님들이 있어 운영하고는 있는데, 택배 손님과 싸우게 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편의점 택배에 대한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점주들은 택배물량을 받을 공간이 없을 뿐더러, 분실 및 파손에 대한 민원도 떠맡아야 한다며 볼멘소리다. 편의점 본사에서는 편의점 택배가 저렴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점주들의 입장에서는 택배가 ‘골칫덩이’밖에 안되는 셈이다.

1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CU·세븐일레븐은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거나 수령할 수 있는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GS25는 ‘반값택배’, CU는 ‘CU끼리’, 세븐일레븐은 ‘택배왕 김펭구’ 등의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U끼리 택배. / BGF리테일
CU끼리 택배. / BGF리테일
GS25와 CU는 자체 배송기사를 활용해 지점끼리 물품을 배송해주고, 세븐일레븐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위탁 배송을 맡기고 있다.

특히 자체 물류망을 활용하는 GS25의 반값택배와 CU끼리 택배의 경우, 일반 택배보다 가격이 50%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CJ대한통운, 한진 등 일반 택배사가 운영을 하지 않는 ‘택배없는날’이나 공휴일 등에 물량이 쏠리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택배기사가 지정된 위치에 물품을 두고 가지 않아 분실 및 파손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점주들은 "택배기사가 빠르게 택배를 수거해가지 않으면 점주가 보관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점포도 협소한데 택배 물품만 쌓여있다",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는 택배를 왜 점포가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편의점 본사에서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는 점포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불만도 다발하고 있다. 결국 편의점 택배 서비스는 점주들에게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거다.

편의점 업계는 택배 서비스 운영을 원치 않는 점포는 자율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점포에서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서비스 운영을 원하는 점포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수수료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편의점 모두 기본적으로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운영을 하고 싶지 않은 점주는 중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