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의약품 유통시스템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직영도매’에 대한 제도적 규제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관측됐다. 여러 해 거쳐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현행 법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돼 온 직영도매 문제가 효과적으로 근절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복지부가 의료기관과 의약품 도매상 간 지분 관계를 살펴 제도 개선이 필요사항을 검토하겠다 밝혔다. / 픽사베이
복지부가 의료기관과 의약품 도매상 간 지분 관계를 살펴 제도 개선이 필요사항을 검토하겠다 밝혔다. / 픽사베이
국회와 의약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의원이 질의한 ‘의료기관 직영도매 근절대책’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전혜숙 의원은 복지부를 상대로 "전자공시자료에 공개된 특수관계 병원이 49% 지분을 보유했다고 제시한 도매상들에 대해 병원-도매상 간 불법 및 불공정 거래 관계 조사 필요성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간 업계에서는 의약품도매상의 주식·지분을 절반 가까이 보유한 형태의 직영도매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부각됐다. 특히 현행 제도의 취지가 직영도매 개설을 막기위한 법안이지만 대형 의료기관들은 법이 허용한 기준치를 최대한 활용해 사실상 직영도매를 유지해 왔었다.

2012년부터 친족도매거래제한법에 의한 현행법은 의료기관 개설자나 약국 개설자가 법인인 의약품도매상이 발행한 주식 또는 출자 지분의 100분의 50을 초과 소유하고 있는 경우 특수관계인으로 보고 도매상이 이들에 직접 또는 다른 의약품도매상을 통해 약을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친족도매거래제한법이 발의된 이후 업계 내에서는 관련 문제가 잠시 주춤했으나, 병원들은 직영도매 업체들과 49대 51이라는 지분소유 편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직영도매는 의약품 실거래가를 부풀릴 가능성이 높아 국민의료비 부담을 가중하고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전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해결 사안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이에 2020년 7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기관 개설자 등 법인이 도매업체 주식, 지분을 가진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의약품 판매 금지’에 대해 개정안을 제출, 같은해 12월에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기관 등의 특수관계자인 의약품 도매상 기준 출자 지분을 100분의 30’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을 제안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불공정 거래행위를 엄격하게 방지하기 위한 입법취지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기본권 제한의 수단적정성, 과잉금지원칙, 최소침해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했다.

의약품유통협회도 편법을 통해 여전히 직영도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약사법 개정안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럼에도 관련 당국은 법률상 문제될 것이 없는 한에서는 딱히 규제할 방안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을 통해 제기된 전 의원 답변에 복지부가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업계가 바라던 제도개선에 어느 정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는 "도매상 및 병원 관련 자료에 현행법상 위법 사항이 있는지 분석해 필요시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하고, 명시적 위법 사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기관들과 도매상 간의 지분 및 거래 관계에 관한 실태 파악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현행 행정조사와 현행 규정만으로는 상세한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복지부 측은 "의료기관-도매상 간 지분 관계가 있는 경우 해당 거래에 대한 보고체계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도매상의 법적 정당성 여부를 벗어나,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 파생적으로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가 핵심이다"며 "복지부의 문제 인식과 제도개선 의지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기관은 고유의 업무인 의료행위에 집중해야 함에도,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 지배적 거래 관계를 통해 의약품에서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부분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실거래가를 부풀려 발생하고, 국민의 혈세인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이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차원에서 세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